"실내에서 왜 까만 선글라스를 쓰고 있지?"
대구 엑스코(EXCO)에서 7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디아프 플러스(DIAF+)'에서 신경철 작가를 만난다면, 아마 이런 의문이 생길 것이다.
이 질문은 신경철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질문이다. 다이프 플러스의 리안갤러리(LEEAHN GALLERY) 부스(A06)에서 만날 수 있는 신경철 작가의 작품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까이에서 보면 마치 추상이나 비구상으로 오해할 수 있을 정도로 형태가 불분명하다. 하지만 여러 발자국 떨어져서 그림을 보면 비로소 산도 보이고 나무도 보이고 흐르는 강물과 개울도 보인다.
하지만 신경철 작가의 풍경화는 남다른 면이 있다. 바로 빛과 바람이다. 바람이 불면서 흔들리는 잎사귀 사이로 눈부시게 반짝이는 햇빛을 신경철 작가의 작품에서 볼 수 있다. 다시 선글라스 얘기로 돌아가면, 왜 신경철 작가는 실내에서도 까만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것일까?
"눈 수술 후 빛에 민감해져"
8일 필자는 작가를 만나 그 이유를 들었다. 신경철 작가는 "오른쪽 눈 수술을 했습니다. 수술 후 붕대를 플었는데, 사물이 두 세개로 겹쳐 보이고 하나의 이미지가 분산돼 보이고, 빛에 민감해졌습니다. 그 때, 사실 내가 작업을 계속 해야 하나? 고민을 한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눈 수술 후 그가 본 세상은 지금의 작품이 탄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그래서 작가는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제가 좋아하는 일상의 흔한 풍경적 요소들, 그것이 제 눈에 보여지는 것을 화면을 통해 그대로 보이게 해서 관람객들과 작품으로 소통하고 싶었습니다."라고. 이젠 왜 신경철 작가가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인상주의+신표현주의?
작업 방식의 특수성
신경철 작가의 작품들 중 몇 작품은 멀리서 보면 마치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이 떠오른다. 최초로 빛을 그린 인상주의 작가 모네와 현대미술을 하고 있는 신경철 작가가 반사되는 빛을 그리는 행위는 어딘가 모르게 닮아 있다. 신경철 작가의 이번 전시는 모네에 대한 신표현주의적 오마주다.
신경철 작가가 물감마다 날짜를 적어 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의 제 작품들은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들입니다. 그림을 그리다보니 색이 밀리는 느낌이 싫어서 생각해 낸 것이 물감의 물기를 빼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작품에 필요한 양 만큼 색을 만든 후에 날짜를 적어놓고 적절한 날짜가 경과하면 그 색으로 작업을 합니다. 그래서 작업실에는 많은 색들에 날짜가 적혀 있습니다."
물감을 칠하고나서 스케치?
신경철 작가의 작업하는 방식의 독특함은 작가의 아이덴티티를 더 강하게 보여준다. 그 중 하나가 연필로 스케치하고 색을 칠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색을 먼저 칠한 후 연필로 스케치를 하는 방식이다.
리안갤러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그의 작업은 밑 작업으로 드로잉을 한 후 색을 칠하는 통상적인 회화 작업의 순서를 전복해 물감을 묻힌 붓으로 형상을 그리고 그 형상 위에 연필로 드로잉 하는 새로운 방법론적 가능성이 돋보인다. 새로운 회화의 방식으로 그려진 이미지는 재-이미지화, 탈 이미지화되어 가시적인 대상으로서의 풍경에 한정되지 않고 정제되고 평화로운 풍경, 즉 모두가 갈구하는 근원적으로서의 풍경을 담는다."라고 설명했다.
디아프 플러 7일부터 10일까지 열려
한편 10일까지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디아프 플러스는 1Type 1 to 3 artists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여러 아티스트의 작품을 선보이는 다양한 부스 구획 방식을 벗어나 1-Type의 갤러리 부스에 각 갤러리의 대표 작가, 인기 작가, 청년작가, 신진작가를 3인 이하로 한정해 작가 집중형으로 보여주는 페어다.
대구광역시가 주최하고 대구아트스퀘어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며 올해 처음 론칭된 디아프 플러스 2024는 국내외 100여 개 갤러리가 참가한다. 디아프 플러스 2024의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디아프 플러스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아티스트 토크와 미술 시장에서 주목하는 이슈들을 주제로 아트 토크 존에서 4일 동안 진행되는 아트 토크 프로그램, 침체된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200만 원대 2점의 작품을 20% 할인된 금액으로 아트페어 방문객이 쉽게 구매하실 수 있도록 222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CNB뉴스=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