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탄올 제거해 알코올 부작용 완화
국내 최초 무알코올 액상제제 개발
필수 항암제 개발 및 공급에 집중
[내예기]는 ‘내일을 예비하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시계 제로에 놓인 경제상황에서 차근히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을 다룹니다. 불확실성이란 이름 아래 전망은 힘을 잃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만반의 대비입니다. 그 진행 과정을 만나보시죠. 이번에는 무(無)알코올 항암제를 개발해, 암환자 치료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는 보령의 이야기입니다. <편집자주>
보령(구 보령제약)이 암환자의 치료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보령은 국내 최초로 항암제 성분 중 하나인 도세탁셀 액상제제에서 에탄올을 제외한 ‘무알코올(Non-Alcohol) 디탁셀’을 개발해 출시했다.
지난 2012년 처음 출시된 디탁셀은 유방암 치료에 주로 사용하는 탁산계열 항암제다. 비소세포폐암, 전립선암, 난소암, 두경부암, 위암, 식도암 등 다양한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무알코올 디탁셀은 기존 제품에서 첨가제인 에탄올을 다른 첨가제로 대체해, 알코올 성분으로 인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디탁셀의 주성분인 ‘도세탁셀’은 물에 잘 녹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조 과정에서 에탄올을 첨가한다. 이때 도세탁셀 투여 시 음주한 것과 유사한 ‘에탄올 유발 증상’이 발생하는 위험이 있다. 도세탁셀은 1㎖당 약 0.5㎖의 에탄올 첨가제가 함유돼 있어, 고함량 제품 사용 시 환자는 그만큼 많은 양의 에탄올을 투여받게 된다. 보령은 고령 환자나 저체중, 여성 환자일수록 에탄올 관련 증상이 더욱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도세탁셀에 에탄올이 함유돼 있어 치료 중 및 치료 후 환자가 알코올 중독을 경험하거나 취기를 느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진통제 및 수면제와 같은 일부 약물은 알코올과 상호 작용해 중독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
국내 연구결과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 도세탁셀 약물을 투여한 환자의 44.3%가 안면홍조, 메스꺼움, 현기증 등 에탄올 관련 증상을 호소한 것. 특히, 알코올은 정맥주사 시 음주보다 적은 양으로도 높은 혈중 알코올 농도에 도달할 수 있으며, ‘초회통과대사’를 우회하기 때문에 중추신경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초회통과대사란 약물이 채내에 투여된 후, 혈액이 간으로 처음 통과할 때 대사되는 과정이다.
이에 보령은 지난 2019년 알코올 성분을 대체한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4년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지난해 6월 식약처 변경허가를 획득하고, 도세탁셀 액상제제로는 국내 최초로 무알코올 제품을 시장에 선보였다.
제품의 이름은 디탁셀이다. 무알코올임에도 고순도 용제를 사용해 안정성을 향상시켰으며, 조성물 특허 등록도 마쳤다. 보령 디탁셀은 한 바이알에 120㎎의 고함량 제품을 보유하고 있어, 조제 과정에서 두 바이알 이상의 제품을 사용해 발생할 수 있는 오염 위험을 낮춰 조제 편의성이 높으며, 약제비도 절감할 수 있다.
이처럼 보령은 암환자의 투약 부작용을 완화하는 항암제를 개발하는 한편, 항암제 국산화와 안정적 공급에도 집중하고 있다. 먼저, 우수한 품질과 경제성을 갖춘 K-제네릭(복제약) 항암제를 환자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또, 보령에피루비신염산염주(성분명 에피루비신), 이피에스(성분명 독소루비신) 등 매출 원가율이 높지만 마땅히 대체할 약물이 없는 필수 항암제들을 꾸준히 생산해오고 있다.
항암제는 검증 시험, 환자 모집 등이 어려워 개발 난이도가 높고, 전문적인 제조시설과 숙련된 인력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조도 까다로운 편이다. 수익성도 낮아 많은 제약사에서 생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수급 불안정 문제로 항암제 품절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령은 이런 어려움에 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앞으로도 혁신신약·제네릭 의약품 등 K-항암제 개발, 기초항암제 공급, 글로벌 의약품 인수, 해외 신약 수급 등을 통해 다양한 암 치료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보령 관계자는 CNB뉴스에 “무알코올 디탁셀, 젬자 제형 변경 등 암환자의 치료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환자에게 꼭 필요한 항암제 개발과 공급을 통해 통해 항암제 국산화와 의약품 안전망을 구축하는데 적극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NB뉴스=김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