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신기자 | 2024.10.07 15:40:16
국립부경대학교는 생물공학과 엄우람 교수와 한국공학대학교 유동길 교수, 성균관대학교 박재형 교수 연구팀이 암 면역치료의 효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기계적 세포사멸법(caviptosis)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암 면역치료는 인체의 면역기능을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기존의 항암 치료 대비 낮은 부작용과 뛰어난 치료 효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암세포에 의해 교란된 면역 작용을 정상화할 수 있는 대표적인 면역치료 방법인 면역관문억제제가 임상적으로 다양한 종의 암 치료에 최근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여러 연구에 따르면 종양미세환경에 존재하는 세포 독성 T 세포의 수가 부족한 경우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효과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암 면역치료의 효과를 높이고 치료 혜택을 더 많은 환자 집단으로 확장하기 위해 종양 부위로 외부의 면역세포를 불러들일 수 있는 신기술이 지속해서 요구돼 왔다.
엄우람 교수 연구팀은 백혈구의 일종인 호산구(eosinophils)의 역할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호산구는 암 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지만 호산구가 세포핵 내부에 존재하는 인터루킨-33(IL-33)에 의해 자극받으면 종양 내로 면역세포를 불러들여 강력한 암 치료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IL-33은 세포핵 내부에 단단히 결합돼 있어 호산구와 IL-33을 활용한 치료 방안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엄우람 교수 연구팀은 세포 내부로 침투할 수 있는 나노 크기의 기포를 활용해 초음파에 노출될 때 세포를 파열시킬 수 있는 기계적 세포사멸법(cavitopsis)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초음파에 반응하는 나노 기포로 만든 나노파열제가 암세포 내부의 핵까지 파열시키며 자연 상태에서는 거의 방출되지 않는 핵 속 IL-33을 세포 외부로 방출하고 IL-33이 호산구를 자극해 종양 내로 면역세포를 불러들이는 항암 효과를 규명해 낸 것이다.
연구팀이 실제 폐 전이암 쥐 모델에서 나노파열제의 치료 효능을 검증한 결과 기존 면역관문억제제의 항암치료 효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책임자인 엄우람 교수는 “현재 암 면역치료는 수천만 원 대의 고가에다 일부 환자에게만 효과를 보이는 한계가 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암 면역치료의 치료 효과를 극적으로 높여 기존 치료가 어려웠던 전이성 암의 치료 가능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한국연구재단의 개인기초연구 및 국가신약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번 연구를 수행하고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에 송예리 연구원(성균관대), 유동길 교수가 제1 저자로, 엄우람, 박재형 교수가 교신저자로 게재했다.
한편 엄우람 교수 연구팀은 세포 기능 조절할 수 있는 나노기술을 활용한 암, 비만 치료 방법을 개발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