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앞두고 ‘곳곳이 지뢰밭’...여야 협치 ‘빨간불’
與, 필리버스터로 대응…‘토론 종결·단독 표결’ 반복?
여야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중재로 강대강 대치를 멈추고 잠시 추선 연휴 휴전에 들어갔으나, 연휴가 끝나고 일상에 들어간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김건희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별검사법‧지역화폐 활성화법 등 3대 쟁점 법안에 대한 강행 처리를 시도할 방침인 반면, 이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로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등 여야의 정면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만나 “19일 오후 본회의에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등 3개 쟁점 법안을 상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으나 추 원내대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 의장은 추석 연휴 직전에 이날 본회의 소집 일정을 확정하면서 이들 ‘3대 쟁점법안’의 상정 방침을 밝힌 바 있어 본회의가 개의되면 ‘김여사 특검법‧채상병 특검법‧지역화폐법 개정안’을 차례로 상정해 심의토록 할 계획을 세운 상태다.
이에 국민의힘은 만약 우 의장과 민주당이 법안 상정을 강행할 경우 필리버스터 등으로 대응한다는 복안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으나 당내 일각에서는 잦은 필리버스터와 야당과의 충돌로 인한 피로감 등을 고려해 다른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를 열어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강행할 경우, 종전과 마찬가지로 ‘토론 종결권’으로 무력화한 뒤 법안을 단독 처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안건이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유력해 향후 정국은 한층 더 얼어붙을 전망이다.
특히 범야권은 이외에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채상병 순직 은폐 의혹’‧‘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방송 장악’·‘동해 유전개발 의혹’ 등 4개 국정조사를 밀어붙일 방침이어서 이 같은 ‘2특검·4국조’는 이번 정기국회의 주요 뇌관으로 꼽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4일 발표된 ‘연금 개혁안’도 정부안을 토대로 국회가 합의안을 도출한 다음 국민연금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과정이 남아 있지만, 여야가 개혁안 주요 내용은 물론, 논의 주체에서부터 엇갈린 주장을 펼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여·야·정이 모두 참여하는 국회 연금개혁특위를 만들어서 모수개혁 및 구조개혁을 통합 논의하자는 방침인 반면, 민주당은 정부가 발의한 법안을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에서 다루면 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실제로 여야는 지난 1일 정기국회 개막 이후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으로 전초전을 벌인 뒤 오는 10월 7∼25일 국정감사를 비롯해 각종 입법 및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 주요 정기국회 일정을 앞두고 전방위에 걸쳐 팽팽한 대치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우선 국감이 마무리되면 막을 올리는 본격적인 ‘예산 국회’를 앞두고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은 24조원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올해 본예산보다 3.2%밖에 늘지 않은 총 677조원 규모라고 밝혀 국민의힘은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를 지지하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대규모 삭감·증액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부자 감세’로 세입 기반이 훼손된 예산안이라며 대대적인 ‘칼질’을 벼르는 등 여야의 입장차는 첨예하다.
이처럼 정기국회를 앞두고 ‘곳곳이 지뢰밭’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전방위로 펼쳐진 대치 전선 속에서 여야가 '협치의 묘'를 살려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여야는 지난달 28일 비쟁점 민생법안을 합의 처리한 데 이어 지난 1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의 여야 대표 회담을 통해 ‘민생 협치’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으나 곧바로 범야권의 법안 강행 처리 등 잇따른 충돌로 정국이 급랭 됐고 이 여파에 여야 대표가 회담을 통해 합의한 ‘민생공통공약 협의기구’ 구성도 하염없이 미뤄진 상황이다.
당장 시급한 의료 현장 혼란을 해소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문제 등 협치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서 식어버린 대화 모멘텀을 다시 살리는 숙제가 여야 지도부 앞에 놓여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