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부기자 | 2024.09.04 09:32:08
바라캇 컨템포러리는 프리즈서울과(FRIEZE SEOUL) 키아프(KIAF) 개최 기간에 맞춰 9월 3일부터 11월 3일까지 '로렌스 아부 함단'의 국내 첫 개인전 《로렌스 아부 함단: 지프자파 Zifzafa》를 개최한다. 바라캇 컴템포러리 갤러리는 삼청동 국제갤러리 옆에 위치해 있다.
지프자파(Zifzafa)는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처음 선보이는 전시로, 모든 것을 흔들고 덜컹거리게 하는 바람을 묘사하는 아랍어다.
이번 작품은 이스라엘에 의해 점령된 시리아 자울란 족의 이야기다. 2023년, 이스라엘에 의해 점령된 시리아 골란고원에서 40년 만에 유례없는 규모의 정치적 소요가 발생했다. 이 시위운동의 중심은 1967년 전쟁 이후 이스라엘 군사 점령하에 살아온 자울란 시리아인들(골란 주민들)에게 남아 있던 마지막 공터에 풍력발전소, 즉 31개의 대형 육상 풍력 터빈을 건설하려는 계획 때문이다.
특히 유럽 규정에 따르면 이러한 크기의 풍력 터빈은 주거 지역에서 최소 2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점령된 시리아 주민들의 집에서 불과 35미터 떨어진 곳에 대형 육상 풍력 터빈을 세우려 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풍력발전소 시뮬레이션 작품
"풍력 터빈의 굉음이 있는 지옥 VS 평온한 마을" 시뮬레이션
아부 함단과 팀은 비디오 게임 플랫폼 내에 가상 지도를 개발하여 <지프자파: 비디오 게임 에세이 Zifzafa: a video game essay>(2024)라는 게임 에세이를 만들었고, 두 개의 음향 레이어를 이 시뮬레이션에 합성했다. 플레이어는 조이스틱을 사용해서 작품 속 가상 지도에서 터빈 소음이 있는 상태와 없는 상태의 소리를 선택해서 경험할 수 있다.
이 게임에서 터빈의 소음을 끄면, 플레이어는 고유한 공간적 경계가 없는 세상, 즉 자칼이 결혼식과 만나고, 까마귀가 플루트 연주자와 만나며, 벌이 원활한 연속성을 갖춘 자체 조직 관개 시스템과 만나고, 경계나 영토, 영해, 또는 영공이 존재하지 않는 연속적인 소리의 세계를 발견하게 된다. <지프자파: 비디오 게임 에세이>는 8개의 내러티브로 구성되며 비선형 영화나 다큐멘터리와 같은 기능을 한다.
풍력 터빈 소음을 켜면, 이 집들 사이의 원활한 삶의 연결은 소음으로 인해 지워지고 덮어씌워진다. 터빈의 소음, 즉 지프자파는 자울란 공동체를 외부 세계로부터 고립시키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되어, 세대를 거쳐 내려온 골란 주민들의 문화적, 영적, 정치적, 물리적 유대를 포기하도록 강요한다.
이 작품의 독특한 '미래 법적 증거' 효과
이 시뮬레이션 게임은 골란 주민들이 변호사와 판사에게 터빈이 어떤 위치에서 얼마나 크게 들릴지를 직접 경험하게 함으로써, 그들이 삶에 미칠 영향을 정확히 시연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시뮬레이션 작품이 미래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31개의 풍력 터빈이 이스라엘의 에너지 수요의 0.6%만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작가는 이스라엘 정부의 풍력 터빈 건설의 진정한 목적이 청정에너지가 아닌,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사람들을 땅에서 강제로 쫓아내려는 프로젝트라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강조하고 있다.
결론
바라캇 컨템포러리 김민정 큐레이터는 "로렌스 아부 함단의 ‘지프자파’ 탐구는 소리가 공동체적이고 사회적인 경험으로서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는 청취를 우리가 세상과 상호작용을 하는 여러 방법의 하나로 탐색하며, 우리가 어떻게 신체를 통해 생활 속에서 주위 세계를 인지하고 각각의 공간을 어떻게 이름 짓고 그 환경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지 탐구하죠. 이스라엘 정부의 야심찬 그린 워싱 캠페인인 풍력 터빈 발전소 프로젝트가 골란고원으로 침투하게 된다면, 우리는 아마도 이들과 같은 시간을 살겠지만, 그곳을 둘러싸고 있는 이 “친환경 에너지”의 잔해인 소음과 먼지바람은 그들의 삶을, 몸을 그리고 점차 시간까지도 속박할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이번 작품들을 통해 이 유예된 시간에 갇혀 투쟁하는 골란 주민들인 자울란 족은 어떠한 자결권도 누릴 수 없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
이 작품이 의미가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점령된 자울란 땅에 풍력 단지 건설이 불가피한 현재 상황에서, 터빈이 소음으로 이 지역을 뒤덮기 전에 이 장소의 소리를 기록하는 아부 함단의 작업은 적어도 디지털적으로 이 경관을 보존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이것는 미래 세대가 잃어버리기 전에 이 순간을 공유할 수 있게 해주며, 지프자파 전시의 관람객들이 이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CNB뉴스=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