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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은 고통없는 지배?"...화이트스톤, 에르메스 작가 코헤이 쿄모리展 오픈

"장식예술은 기본적 성격 뒤에 숨어있는 '세뇌성', 즉 고통없는 지배의 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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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진부기자 |  2024.09.02 09:39:09

지하 1층에 전시돼 있는 코헤이 쿄모리의 작품 (사진= 김진부 기자)

"DECOR IS PAINLESS DOMINATION"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두고 있는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은 8월 31일부터 10월 13일까지, 에르메스(HERMES) 스카프 디자인으로 대중에 더 잘 알려진 코헤이 쿄모리 작가(B. 1985)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전시의 주제는 "DECOR IS PAINLESS DOMINATION"으로 번역해보면, "장식은 고통없는 (인식의) 지배"라고 말할 수 있겠다. 주제에서 느낄 수 있듯이 작가는 "장식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행해지는 특정한 이미지 조작"을 연구해왔다. 즉 신앙과 사회적 지위가 장식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이번 주제의 핵심이다.

지하 1층은 종교적 권력적 이미지
2층은 조작된 이미지, 시뮬라크르


코헤이 쿄모리 작가의 전시는 지하 1층과 1층 로비, 그리고 2층과 4층에서 진행되며, 지하 1층과 로비에는 O시리즈와 M시리즈, 2층에는 S시리즈(SIMULATION), 그리고 4층에는 첫번째 설치작품 'DECORATIVE RELATIONSHIP 001'이 음향과 함께 전시돼 있다.

지하 1층에서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식에서 압도되는 종교적, 권력적인 이미지가 전시되고 있는 반면, 2층에는 먹과 레진으로 이루어진 신작들로 전혀 다른 분위기로 상반되지만, 이곳에서는 "장식이 지닌 표면적인 이미지 조작의 힘, 즉 꾸미는 힘에 대해 말하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그 시뮬라시옹이다.

2층에 전시돼 있는 코헤이 쿄모리의 작품 (사진= 김진부 기자)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는 플라톤적인 모방이 아닌 원본 없는 실재이고 원본과 연관성을 끊었지만 원본보다 더 가치있게 여겨지는 제3의 결과물이다. 최근 한국에서 딥페이크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듯이 허상이고 명백한 실재를 찾을 수 없는 시뮬라크르 이미지가 마치 권력자처럼 군림하고 있는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코헤이 작가도 마찬가지로 "장식이 지닌 강박, 시각에 대한 강박, 폭력적인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본질"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상업 디자인 및 대중매체는 방대한 양의 특정 이미지들을 반복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주입함으로 인해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폭력적이고 고정관념적인 공통된 이미지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시뮬라크르, 즉 원본없는 강력한 실재라고 할 수 있다.

4층 최초로 공개되는 설치 작품
협박적이고 강박적인 압도


최초로 공개되는 4층 전시실의 작품들은 지하 1층과 2층을 모두 관람한 후 마지막에 관람하기를 권한다. 이곳에 설치된 작품들은 최근 작가가 진행해 온 고찰의 도달점이기 때문이다.

코헤이 쿄모리 작가가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김진부 기자)

벽을 빼곡하게 뒤덮은 비늘 모양의 평면작품들이 공간을 압도하며 관람자에게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제시하고 있다. 비늘에 그려진 방대한 문양을 발견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그 압도적인 시각적 경험은 협박적이고 강박적이다.

4층 전시장에서는 "동의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네 동의합니다"라고 답하는 불길한 대화가 이어진다. 무수히 많은 비늘 모양은 관람객에게 시각적 강박감을 주고 대화는 청각적으로 동조하게 하는 압박감을 느끼게 한다. 이는 쿄모리가 생각하는 장식예술의 기본적 성격이자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세뇌성, 즉 '고통없는 지배의 힘을 보여준다.

결론

작가 코헤이 쿄모리는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여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는 사회심리학의 '사회적 증명' 개념을 참고하여 작품을 제작했으며, 개인이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게 되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의식의 왜곡과 변질을 촉진하는 힘이야 말로 장식의 본질이라 강조하며 장식이 인류사에 계속해서 미쳐온 영향력 즉 "장식은 고통없는 지배이다"라는 이번 전시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CNB뉴스= 김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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