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진숙 방통위’에 급제동…“방문진 새 이사 임명 안 돼”
“2인 체제 의결, 요건 충족 안 돼”…대통령실 “항고심 지켜볼 것”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 6시간 만에 전광석화로 단행했던 차기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MBC 대주주) 이사 6명 임명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강재원)는 26일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김기중·박선아 이사가 방통위를 상대로 신청한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 집행정지’를 인용했다.
이로써 방통위가 MBC를 장악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통과시킨 신임 이사진 임명안 효력은 ‘본안 사건 1심이 선고되는 날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돼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취임할 수 없게 됐다.
방통위는 지난달 31일 이 방통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이진숙‧김태규 단 2명의 상임위원 의결로 MBC 사장 임면권을 가진 방문진 이사 9명 중 김동률, 손정미, 윤길용, 이우용, 임무영, 허익범 등 새 방문진 이사 6명을 임명하자 권 이사장 등은 “‘이사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심의도 없이 두 사람의 이사만 참석한 가운데 방문진 이사 임명안을 통과시킨 것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처분 무효 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그러나 방통위 측은 “이사 선임은 적법한 전체 회의를 거쳐 정해졌다”고 반박하면서 “회의 진행에 문제가 없어, 본안 소송 자체에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임명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기존 이사가 신임 이사 임명의 무효를 구하는 소송을 낼 자격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관련법상 후임 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구 이사에게 종전 직무를 계속해 수행할 권리가 인정되므로, 신청인들이 12일자로 임기가 만료됐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임명처분을 다툴 개별적‧구체적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기존 이사진도 신청인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단지 2인으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건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면서 “합의제 기관의 의사 형성에 관한 전제조건들이 실질적으로 충족됐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2인 의결’이 적법한지에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신임 이사 임명을 제한하지 않으면 본안 판결 전까지 종전 이사들과 후임 이사 들 간 갈등이 지속될 우려가 있고, 신임 이사들이 결정한 사항의 법적 효력을 두고 다툼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 같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 MBC 관계자는 “‘2인 체제’의 구성적 위법성, 이사 선임의 절차적 불법성, 소개하기도 부끄러운 저질 이사 임명이 얼마나 무도한지를 보여준 지극히 상식적이지만, 역사적인 결단”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무엇보다 ‘7월 31일 방송장악 쿠데타’가 저지된 원천은 마지막 남은 MBC마저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절대 다수 시청자, 시민들의 마음과 마음이 모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의원 12명도 이날 성명을 통해 “MBC 장악을 멈추게 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방송4법’ 논의에 국민의힘 동참 △방통위 김태규 부위원장 사퇴 △공영방송 이사진 새롭게 구성 등을 요구했다.
한편 방통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법원의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 효력 집행정지 사건 결정에 대해 결정 내용과 이유 등을 검토해서 즉시 항고하기로 했다”면서 “또한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 무효 소송에 적극 대응해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의결했다는 점을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현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태규 부위원장도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관련 질문에 “법원 판단이기 때문에 그대로 효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본안에 대한 부분은 아직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부위원장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이 적법하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고 지금 법원 판단은 전체 소송 과정의 일부이자 첫 단추 정도의 의미, 시작 단계서 이뤄진 예비적 판단 정도”라면서 “방통위는 2인 이상(회의 개최 및 의결 조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에 그리 정했을 때는 그 취지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법원의 결정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은 늘 존중한다”면서도 “항고심에서 판단 받게 될 것이다. 지켜보겠다”고 짧은 입장을 밝혔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