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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전기차 포비아, ‘과충전·중국산 배터리’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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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24.08.22 14:30:29

벤츠 전기차 화재를 진화하는 소방관들이 묘사된 AI 이미지. (사진=Copilot) 

지난 8월 1일 인천 청라 소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 전기차 화재 사건 이후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일반적인 화재 사고에 비해 피해 규모가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화재가 비정상적인 규모로 확대된 이유는 아파트 관리 직원이 정상 작동한 스프링클러를 수동제어로 끔으로써 화재의 초기 진화 가능성을 줄인 때문이지만, 애초에 주차된 벤츠 전기차에서 불이 난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어서 국민들의 충격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기관 데이터앤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화재 사고가 발생한 1일부터 15일까지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호감도를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 긍정률 42.78%, 부정률 24.95%, 긍정률에서 부정률을 뺀 값인 순호감도는 17.84%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직전 기간인 지난달 17일부터 31일까지의 긍정률 63.92%, 부정률 11.40%, 순호감도 52.52%와 비교하면 긍정률이 21.14%포인트 급락하고, 부정률은 13.55%포인트나 급등하면서 순호감도가 34.68%포인트 급락한 결과다. 백분율로 환산할때 부정률은 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전기차 호감도 변화 추이. (자료=데이터앤리서치)

실제로 사고 직후 주요 커뮤니티와 아파트 단톡방에서는 연일 내연차주와 전기차주 사이에서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하주차장에서의 전기차 충전을 금지하거나, 충전을 강제로 중단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그런 조치는 과도하며 통계적으로 전기차보다 내연차의 화재 확률이 더 높다는 주장 등이 정면 충돌하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정부나 지자체의 섣부른 규제 조치들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서울시가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출입하도록 권고한 조치가 대표적이다. 이 조치는 마치 90% 이상 충전은 위험한 것처럼 국민들의 인식을 호도할 우려가 있음에도 다른 지자체와 여러 아파트 관리소들이 유사한 규제를 실시하는 근거가 됐다.

문제의 벤츠 EQE 차량이 90% 이상 충전된 상태였는지도 확인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전기차 배터리는 100% 충전을 해도 충분한 ‘안전 마진’ 용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시됐다.

그 결과 상당수 아파트에서는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전기차 충전 구역을 지켜보다 “90%가 넘었다. 차량을 이동해달라”고 전기차주에게 요청하는 일들이 일어났다. 명확한 근거도 없는 조치에 전기차주들이 수긍하지 않거나, 분노한 건 당연지사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이 해당 조치의 비합리성을 지적했고, 최근에는 현대차·기아가 최근 “전기차용 배터리는 100% 충전해도 안전하도록 설계됐고, 문제 발생 시 '배터리 두뇌' 역할을 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이를 차단·제어한다”고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배터리 화재 발생과 충전량은 관련이 없으므로,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가 90% 이상 충전을 제한하는 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배터리 화재 주요 요인과 현대차·기아가 적용하고 있는 배터리 안전 설계에 대해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사진=현대차그룹)

국토교통부의 배터리 제조사 공개 조치도 뜬금없긴 매한가지다. 이런 조치가 나온 배경에는 이번 사고 차량의 배터리가 ‘벤츠’라는 럭셔리 브랜드와 걸맞지 않는 ‘파라시스’라는 중국기업 제품이었기 때문이지만, 그게 “중국산 배터리는 모두 문제고, 국산 배터리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긴 어렵다.

오히려 중국산 배터리의 주류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국산 배터리가 주로 채택한 삼원계 리튬이온(NCM) 배터리보다 화재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또,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의 배터리가 중국산 배터리보다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많이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국산 배터리가 중국산 배터리보다 안정성이 뛰어나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국산 배터리 역시 수많은 화재 사고가 일어나고 있고, 그간의 판매량을 감안하면 향후 국산 배터리 채용 전기차에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중국산 배터리의 경우보다 오히려 높을 수 있다.

이미 중국 인터넷 커뮤니티를 들여다보면, 이번 사건을 두고 “벤츠가 불났는데, 왜 중국 배터리를 욕하냐” “한국 배터리라고 불 안날 것 같냐?” “예전 갤럭시폰 불난 걸 잊었나?” 등 한국 정부당국의 대응을 조롱하는 댓글이 넘쳐나고 있다.

근거없는 중국 제품 폄하나 혐오는 사태의 본질과 아무런 관계가 없고, 사태 해결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안전진단 소프트웨어’ 소개. (사진=LG에너지솔루션) 

그렇다면 이번 사태의 원인과 해법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배터리 열 폭주 및 화재 사건의 원인 대부분은 배터리 내부의 물리적 단락이나 쇼트 때문이다. 충전량이나 제조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배터리 불량, 외부 충돌 등에 따른 내부 파손으로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고, 현 단계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한 완벽한 배터리 기술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배터리가 대량생산되는 공산품인 것을 감안하면, 확률적으로 발생하는 불량을 줄일 수는 있지만, 아예 ‘0’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얘기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BMS(Battery Management System)의 성능을 보다 높이고, 안전진단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이상 징후를 미리 파악해 대책을 세우는 수밖에 없다. 이미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사들은 안정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어떤 기술이든 도입 초기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들이 다양하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부정적 이슈에만 집중하며 신기술이 가져다주는 장점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과학적 사고에 근거한 대책을 마련하고, 문제점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데 집중하는 게 현명한 태도일 것이다.

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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