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광복회장 분노 폭발…尹에 “상당한 배신감”
‘광복절 기념식 불참’, ‘영빈관 행사’도 전면 보이콧
사상 ‘초유의 광복절’...야권 주도 별도 행사 열릴듯
지난해 광복절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입장한 바 있는 이종찬 광복회장이 사상 처음으로 올해는 광복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주목된다. .
이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윤 대통령 절친한 친구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부친이라서 사석에서는 윤 대통령이 ‘아버님’이라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불참의 파장이 더 커 보인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지난 10일 광복회 학술원이 운영하는 청년헤리티지아카데미 특강에서 “정부가 근본적으로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공식적인 광복절 행사에 안 나가겠다고 통보했다”고 말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서는 “상당한 배신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회장은 “윤 대통령이 전에 분명 말한 게 우리는 전전(戰戰) 일본과 전후(戰後) 일본을 혼동하지 말자는 것이었다”면서 “과거를 잊지 않고 직시하면서도 미래를 지향하는 김대중-오부치 선언도 그런 뜻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 회장은 “나는 이런 기조가 유지되는 것으로 믿었는데, 일어나는 일련의 행동을 보니까 이건 아니다”라며 “한국에 있는 반역자들이 일본 우익과 내통해 오히려 전전 일본과 같이 가고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 회장은 “독립기념관장을 포함한 국책기관의 일련의 인사 사태는 이 정부가 1948년 건국절을 하자는 것으로 이는 일본의 식민 지배를 모두 정당화, 합법화해주는 일”이라고 비판하면서 “만일 여기서 물러서면 위안부, 강제징용도 자발적인 것이 돼 강제성이 없는 ‘일본 뜻대로’ 모든 입장이 돌아서는 엄청난 매국 행위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독립기념관을 관장한다는 사람이 뉴라이트의 깃발을 들고 일본 국적이 당연하다고 강변하는 것을 어찌 매국이 아니겠는가?”라며 “뉴라이트는 독립운동 과정에서 독립운동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신판 밀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나는 대통령 주변의 밀정들이 이 연극을 꾸민 것이라고 본다. 우리 역사를 왜곡시키지 말라고 지금 항의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용산에서 내게 ‘광복절 행사에 나와달라’고 했지만, 나는 ‘못 나간다’고 했다. 또한 ‘어떻게 해야 나오시느냐’고 해서 나는 ‘우리 정부하에서는 건국절 시도를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선포하라’고 했다. 나는 그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한 도저히 후손들에게 참석하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뉴라이트 계열로 지목된 김형석 고신대 석좌교수를 신임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하자 이에 이 회장은 “용산(대통령실) 어느 곳에 일제강점기에 밀정과 같은 존재의 그림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발하면서 이날 청년 특강에서 “정부가 근본적으로 1948년 건국절을 추구하려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광복회는 광복절 행사에 나갈 수 없다”고 불참을 선언했다.
그리고 광복회 관계자도 지난 8일 “대통령의 이런 설정이 잘못된 것이며, 1948년 건국절을 공식적으로 철회해야 한다는 게 이번 항의의 핵심”이라고 주장했으며, 다음 날인 9일에도 보도자료를 통해 “대통령실이 일제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건국절 제정 추진을 공식적으로 포기하지 않는 한 광복절 경축식 참석도 무의미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개혁신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야 6당도 윤석열 정부를 향해 ‘친일’ 비판 수위를 높이면서 “오는 15일 광복회가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겠다고 밝힌 만큼 광복회를 중심으로 별도의 광복절 행사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12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 주관 광복절 경축식은 사실상 ‘건국절 행사’가 되지 않겠냐?”면서 “따라서 건국절 제정을 용납할 수 없는 만큼 광복회가 정부 주관 경축식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광복회와 함께 할 수 있는 별도의 행사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