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세번째 채상병특검법 발의…수사 대상에 ‘김건희’ 두 번 명시
한동훈 제안 ‘제3자 추천 특검’ 빠져…박찬대 “국힘도 특검법 내놔야”
여야가 비쟁점 민생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개원 후 두 달여 동안 정쟁만 일삼던 22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협치의 물꼬가 열린 8일, 더불어민주당이 세 번째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을 발의했다.
앞서 민주당을 비롯해 범야권이 발의한 두 번의 ‘채상병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이날 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하고 소속 의원 169명 전원의 이름으로 올린 세 번째 ‘채상병 특검법’에는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두 번이나 명시돼 있었다.
우선 민주당은 법안 제안 이유에 “채 해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이 김건희씨 등에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을 부탁한 불법 로비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고 밝힌 뒤 수사 대상에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추가했다.
그리고 특검이 20일의 수사 준비기간에도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증거 수집 등 관련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한 내용도 추가됐으며, 아울러 이번 특검법은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 등의 수사에 대한 방해행위’ 역시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 전 대표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들여다볼 여지가 생긴 셈이다.
이 밖의 수사 대상에는 이전 특검법과 마찬가지로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 수사 외압 의혹은 물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정 등을 포괄했으나 특검 추천권은 민주당 1명·비교섭단체 1명씩 갖는 것으로 돼 있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이 제안한 ‘제삼자 특검 추천안’은 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민주당 박 직무대행은 국민의힘을 향해 “민주당의 특검법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한동훈 대표도 자신이 생각하는 특검법안을 내놓길 바란다”며 “그래야 토론이든 협상이든 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박 직무대행은 “우리 당에서도 일부는 ‘제삼자 특검 추천’이 좋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 (국민의힘이 법안을 내놓는다면) 그 부분에 대해 우리가 잘 검토할 것”이라면서 “국민의힘이 자체 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민주당 법안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예 특검을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박 직무대행은 ‘이번 법안도 거부권·재표결·폐기 수순을 되풀이하지 않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난 재의결 표결 때도 반대가 104표 밖에 나오지 않았다. 최소 4표의 (여당) 이탈표가 있었던 것”이라며 “지금의 민심이 국민의힘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민주당 김용민 수석 원내부대표도 법안 발의 후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훨씬 커진 상황”이라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법안을 거부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자 탄핵 사유”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측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향후 법안 심사 일정과 관련, “오는 14일로 예정된 김영철 검사탄핵 관련 법사위 청문회를 마친 뒤 이번 법안의 법사위 상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세 번째 발의한 특검법은 수사 대상과 증거 수집 기간 등을 확대 명시하는 등 기존보다 더 독소조항으로 차 있다”고 반발하는 등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특검법에 임성근 로비 의혹이 수사대상에 포함된 만큼 한 대표가 당장 특검법 발의를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기류가 팽배해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