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3일 전당대회를 통해 4‧10 총선에서 패배한 지 104일 만에 7개월간 이어져 온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끝내고 정식으로 선출된 ‘한동훈 대표 체제’를 띄우고 집권 여당의 전열을 갖추면서, 거대 야당에 맞서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를 위해 최우선 해결할 문제는 신임 한동훈 대표와 너무 가깝게도, 너무 멀게도 지낼 수 없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따라서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수사 및 특검법 대응이 ‘한동훈號’의 순항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인식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한 대표로서는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거부권)로 국회 재의결을 앞두고 있는 ‘채상병 특검법’ 통과 여부의 결정적 요인은 물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에서 시도할 ‘한동훈 특검법’ 처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민의힘 이탈표 ‘8표’가 정국을 가를 핵심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우선 ‘채상병 특검법’이 재표결에서 통과되려면 국민의힘에서 ‘8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 분위기로 볼 때 유의미한 이탈표가 나오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한 대표가 지난 경선 기간에 제시한 ‘제3자 추천 방식’ 특검법이 변수다.
물론, 당장은 추경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윤계의 강력한 반발로 한 대표가 주장하는 새 특검법 발의가 쉽지는 않겠지만 당권보다 대권을 겨냥하고 있는 한 대표가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새 특검법 발의 주장을 쉽게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해 친윤계와의 갈등 과정에서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대표로서는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국민 다수가 찬성하는 ‘채상병 특검법’을 거부할 경우, 적지 않을 손상을 입을 이미지를 우려해 우선 내부 설득을 통해 새 특검법 발의에 전력을 기울이되 여의치 않을 경우 친한계 일부 의원이 개별적으로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야권에서도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둘러싼 친한계와 친윤계의 갈등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앞으로 ‘방송3법’,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 재표결 과정에서 번번이 이탈표를 놓고 손익계산이 분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한 대표 측에서는 민심잡기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상황에 따라 언제든 이탈표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될 경우에도 재적의원 3분의 2이상(200석)의 찬성이 필요한 국회 통과의 열쇠를 친한계가 쥐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이탈표 8표가 한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도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폭로된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 ‘댓글팀’ 운영 의혹을 비롯해 전대 막판에 한 대표가 직접 불붙인 ‘패스트트랙 공소 취하 청탁’ 논란과 관련해 야권이 추진 중인 ‘한동훈 특검법’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야권이 서두르고 있는 ‘한동훈 특검법’ 발의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행사한다고 해도 국회 재의결 과정에서 친윤계를 중심으로 조직적인 이탈표가 발생할 경우 ‘한동훈 특검법’의 통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채상병 특검법’ 발의는 한 대표의 여론을 의식해 나온 발언이며, ‘한동훈 특검법’도 친윤계 의원들이 한 대표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흘리는 시나리오 가능성이 높아 친한계와 친윤계가 서로 약점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채상병 특검법’도, ‘한동훈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공멸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다 한 대표로서는 윤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절반 넘게 남았고, 자신이 당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통령과 따로 가는 여당’을 택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당권을 거머쥐었더라도 양측 관계가 마냥 악화일로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않다.
한편 국민의힘 한 신임 대표는 2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텐스 전시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과반인 62.8%를 득표해 결선투표 없이 승리를 확정해 초반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며 형성됐던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대세론이 실재했음을 입증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