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 속 두산그룹을 본궤도에
위기 뚫자 곧장 신사업에 박차
우직한 리더십에 신임도 두터워
2027년까지 회장직 이어가기로
리더와 리더십은 이음동의어나 마찬가지다. 리더에겐 리더십이 반드시 있고, 그리하여 둘은 한몸이다. 그 실체는 기업의 성장에도 큰 발판이 된다. 리더의 자취를 따라가 보면 자연히 보이는 리더십. CNB뉴스가 [리더&리더십]을 통해 그 길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관록의 경영인이다. 그는 지난 1985년 두산산업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그로부터 약 30년이 지난 2016년 두산그룹 회장에 오르며 현재까지 지휘봉을 잡고 있다. 그룹의 산증인으로서 경험을 켜켜이 쌓아올렸지만 수장이 되어 마주한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두산그룹이 2020년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며 격랑에 휩싸인 것이다. 이러한 ‘시계 제로’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한 것이 바로 박 회장의 뚝심 리더십이었다.
두산그룹은 2020년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이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가면서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했다. 당시 두산중공업의 부채비율은 300%가 넘었고, 이 외에도 ▲면세점 사업 실패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원전사업 타격 ▲코로나19 확산 등이 겹치며 위기론에 불을 더욱 지폈다.
당시 박정원 회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무중생유(無中生有)란 말처럼, 안갯속에 놓인 회사의 미래를 우직하게 개척했다.
우선 그는 과감하게 그룹의 핵심 자산들을 정리했다. 두산인프라코어를 비롯해 두산건설, 두산솔루스, 클럽모우CC, 두산모트롤BG, 두산타워 등을 매각하며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함과 동시에 신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그룹 구조 재편을 추진했다.
박 회장의 발 빠른 조치로 특별약정으로 정해진 3년이 아닌 2022년 2월, 1년 11개월 만에 최단기로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벗어났다. 이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두산그룹은 약정 기간에 총 3조원이 넘는 자산 매각은 물론, 두산중공업에 자본을 확충하는 등 자구계획 대부분을 성공리에 이행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앞서 두산그룹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필두로 구성된 채권단을 통해 3조 6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두산중공업에 투입했다.
채권단은 자금을 투입하는 조건으로 두산그룹과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특별약정(MOU)을 체결했다. 3년 동안 두산그룹이 계열사 매각 등의 자구노력을 통해 총 3조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키로 하고, 매각이 지연될 시 채권단에 매각 처분 권한을 위임토록 했다. 박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기에 두산그룹은 빠르게 본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최장기 회장’의 우직한 리더십
채권단 관리체제를 벗어나자 박 회장은 신사업 투자로 눈을 돌렸다. 두산중공업의 사명을 두산에너빌리티로 변경하고 건설·중공업 중심에서 가스터빈, 소형모듈원전(SMR), 친환경 에너지 등으로 수익 구조를 재탄생시켰다.
이와 동시에 두산그룹은 2022년 4월 국내 1위 반도체 후공정 기업 ‘테스나’의 지분을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도 수익 구조에 포함했다.
박 회장의 빼어난 리더쉽은 숫자가 증명한다. 2022년 두산그룹은 매출 17조 538억원, 영업이익 1조 1283억원의 실적을 냈다. 2023년에는 19조 1301억원(전년대비 12.6% 상승)의 매출과 1조 4363억원(전년대비 27.6% 상승)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전망도 밝다.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퓨어셀 등 주요 계열사들이 꾸준히 좋은 성적표를 받아 실적을 견인해 가고 있으며 시가총액 30조원 달성을 눈앞에 앞두고 있다.
이처럼 두산그룹은 위기를 극복하고 안정세에 들어섰지만, 박 회장의 쾌속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 박 회장은 “투자는 미래를 위한 도전.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경쟁자에 앞서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비전도 내비쳤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 그는 “모든 사업 분야에서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두산그룹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 하반기 AI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며 AI 기술을 사업에 접목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할 예정이다.
뚝심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미래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박정원 회장의 시간은 계속된다.
박 회장은 지난 3월 사내이사 연임을 확정 지으며 오는 2027년까지 두산 회장직을 이어가게 됐다. 이로써 11년째 회장을 맡게 된 그는 두산그룹 역사상 ‘최장기 회장’이란 기록도 썼다.
신임도 두텁다. 제87기 주주총회에서 두산 이사회는 박 회장을 사내이사로 추천하면서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두산의 여러 계열사에서 쌓은 비즈니스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국내외 네트워크, 미래 트렌드에 대한 전문지식 및 투자 식견으로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타개할 리더십을 갖춘 적임자”라고 밝혔다.
(CNB뉴스=황수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