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왜 여당과 용산 대통령실의 ‘금기 사항’인 ‘채상병 특검법’ 추진 카드를 왜 꺼냈을까. 여권의 인사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갖는 의문이다.
더구나 그동안 “‘채상병 특검법’ 발의는 범야권이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한 의도”라는 게 여권 주류의 입장이었는데, 이를 모를 리 없는 한 전 위원장이 굳이 이 문제를 들고 나와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채상병 특검법’은 민주당을 비롯한 192석의 범야권이 윤 대통령을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축소 외압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하기 때문에 사실상 윤 대통령을 겨눈 특검이라 판단하고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채상병 특검법’을 반대하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24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의 (先수사 後특검) 논리는 법적으로 타당하다”면서도 “국민에게 사안을 충분히 설명할 기회를 실기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하게 법적 논리를 가지고 하긴 어렵다”고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전당대회 출마 선언 때 밝혔던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이어 한 전 위원장은 “지금의 민심을 고려하면, 우리가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진정으로 살리고 지키는 길”이라며 채 상병 특검법 추진의 근거로 민심을 강조하면서 “따라서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에는 반대하지만,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검을 추천하자”고 역제안했다.
한 전 위원장의 이 같은 ‘제3자 제안’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특검 추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수정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만큼, 범야권이 수정안을 거부한다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명분을 확보할 수 있는 등 특검법 공수 전환을 노린 '신의 한 수'라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당 일각에선 ‘당원투표 80%, 일반여론조사 20%’로 바뀐 당 대표 선출 규칙에 따른 전략적 접근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전 위원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심’에서는 다른 경쟁자에 확연한 우위를 보였으나, 일반 여론조사인 ‘민심’에서는 이번 전대에 불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전 의원과 근소한 차이로 1, 2위를 다퉜다는 점에서 ‘민심’에서도 우위를 점해 조기 대세론을 형성하려는 노림수라는 시각이다.
이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측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24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한 전 위원장의 수정안은) 지금 시기상으로는 너무 늦기 때문에 동의할 수가 없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여권 소식에 밝은 한 정치평론가는 25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채상병 사건에 대해선 범야권에 끌려왔으나 한 전 위원장이 민주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역제안을 통해 여당이 이슈에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라면서 “그러나 ‘탄핵 트라우마’를 가진 보수층의 역린을 건드릴 수 있다는 점도 동시에 지적된다”고 주장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