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 앞두고 부장검사 보고 받으며 엄정수사 지시
김 여사와 대통령실 관계자 소환 등 수사 속도 낼 전망
최근 검찰 인사에서 법무부와 긴장 관계를 노출했던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소환 조사 여부에 대해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해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오는 9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이 총장은 3일 오후 6시 30분께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 소환 필요성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환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면서 “수사팀이 재편돼 준비됐으니 수사팀에서 수사 상황과 조사의 필요성을 충분히 검토해 바른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고, 그렇게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이 사건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이후 여러 차례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른 수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이 총장의 이날 발언은 최근 검찰 인사가 마무리되고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수사 진용이 재편된 이후 ‘신속·엄정 수사’를 주문한 기존 입장을 다시금 명확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어 이 총장은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특검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는 “수사를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만 드리겠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검사들이 여러 가지 사법 방해와 관련된 공격을 많이 받고 있다. 한쪽에서는 검찰 독재라고, 한쪽에서는 검찰이 2년간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고 한다”고 최근 논란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리고 이 총장은 “그것이 검찰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며 “바르고 반듯하게 정파와 이해관계, 신분과 지위와 관계없이 정도만을 걷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해주기를 일선 검사들에게 꼭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지난달 2일 당시 송경호 중앙지검장에게 김 여사 관련 의혹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하면서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라”고 지시하자 이튿날 형사1부에 검사 3명이 추가 투입됐으나 지난달 말 발표된 고검검사급 인사에서는 인사 대상 중 김승호 형사1부장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하는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만 유임되고 전원 교체된바 있다.
그리고 이 총장은 지난달 30일 이창수 중앙지검장으로부터 정기 주례보고를 받는 자리에 이례적으로 김 형사1부장도 함께 호출돼 수사 경과와 향후 수사계획 등에 관한 것들을, 직접 대면보고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이 부장검사로부터 특정 사건에 대한 보고를 직접 받는 일은 흔치 않다는 점에서 이 사건에 대한 이 총장이 수사 진행 상황을 직접 챙기며 신속한 수사를 의지를 보이며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 총장이 지난달 초 지시 이후 검찰은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와 이 과정을 녹화해 보도한 서울의소리 관계자 등을 잇달아 소환 조사해 해당 영상의 원본 및 최 목사와 김 여사 사이에 주고받은 청탁 관련 대화 등 증거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검찰 수사의 진도는 대통령실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에서 최 목사는 “김창준 전 미 연방 하원의원을 국정자문위원으로 임명해달라”거나 “그가 사망하면 국립묘지에 안장해달라”는 청탁 대가로 김 여사에게 각종 선물을 건넸다고 주장했으며, 이에 김 여사가 자신에게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 소속 조모 과장 등을 소개해줬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실 관계자를 불러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검찰로서는 조 과장이 참고인 신분이라 출석을 강요할 수 없고, 청탁금지법상 금품수수 배우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어 강제수사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인사는 인사, 수사는 수사’ 방침을 밝힌 이 총장은 김 여사의 명품가방 의혹을 수사하는 부장검사로부터 직접 대면보고를 받는 등 이례적으로 특정 사건에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재차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이 어떤 식으로든 김 여사와 대통령실 관계자 등의 조사를 시도할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한 검찰 출신 변호사 CNB뉴스에 “김건희 여사에 대한 소환 여부는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한쪽에서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이원석 총장이 임기 내에 직접 총대를 메고 사건을 매듭지으려 하는 것 같다”고 관측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