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특검법’ 재투표 끝내 부결
與 퇴장 속 野 4개 법안 단독 처리
고성·삿대질...구태정치로 막 내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특검법)을 재표결을 위해 열린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삿대질, 그리고 막말을 주고받는 구태정치를 답습하며 막을 내렸다.
국회 본회의장 앞에는 28일 오후 2시 본회의 개의 전부터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채상병특검법’의 재의결을 요구하는 대형 현수막을 들고 여당인 국민의힘을 압박했으며, 이어 여야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차례로 앉았고, 이들을 지켜보는 방청석에는 해병대 예비역 대원 30여명이 자리 잡는 등 긴장감이 돌았다.
이어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특검법의 재의 요구 이유를 설명하면서 선정 과정의 정치편향 우려를 언급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 “자꾸 거짓말하지 말라”라고 항의하면서 상대방을 향한 삿대질이 오가는 등 회의장이 소란스러워졌다.
그리고 반대 토론에 나선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수사 과정에서) 무엇이 축소되고 무엇이 은폐됐는가?”라고 반문하자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부끄럽지 않나! 양심이 없어!”라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뒤이어 찬성토론에 나선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발언하자 반대로 국민의힘에서 항의가 쏟아져 나왔고, 이에 차분한 어조로 원고를 읽던 박 의원은 격앙된 듯 “국민의힘 의원들께서 (찬성)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토론이 종결되고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무기명 투표를 시작하자 이를 지켜보던 해병대예비역연대 일부 회원들은 “빨리하라”고 고함을 지르다가 국회 방호원으로부터 “말씀하시면 안된다”라고 제지당하기도 했다.
그러던 와중에 검표 결과를 받아 든 김진표 국회의장이 부결을 선포하자 민주당 의석에서는 탄식과 함께 ‘아이고’, ‘에이’하는 소리가 흘러나왔으며,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은 고성으로 “뭐 하는 거야 국회!”, “에이 나쁜 놈들아!”, “채해병 특검 거부한 너희들을 거부한다!”고 격하게 항의했으며, 심지어 일부 회원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개XX들아!”라며 원색적인 욕설을 퍼부은 뒤 본회의장 밖으로 나가면서 “탄핵”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채상병특검법’이 부결된 즉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모두 본회의장을 떠나 20분가량 비공개 의원총회를 한 뒤 해산했으나, 민주당은 정회를 거쳐 속개된 본회의에서 다수 의석을 앞세워 단독으로 민주유공자예우관련법 제정안, 4·16세월호참사피해구제지원특별법 개정안 등 7개의 쟁점 법안들을 본회의에 직회부하자, 김 의장이 이 중 4개 법안을 상정해 표결로 통과시키는 등 ‘반쪽 파행’으로 끝났다.
이후 민주당 의원들은 김 의장에게 “나머지 3건은 언제 처리하느냐”, “의장님, 나머지도 처리해 달라”, “세건은 왜 상정 안 하는지 말씀해달라”고 강하게 항의했으나 김 의장이 마지막 본회의 산회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는 순간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자당 출신인 김 의장을 향해 항의를 이어갔다.
이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총 후 만난 기자들과 만나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4개 법안에 대해 “의사일정에 합의도 한 적 없고, 전부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진행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국회는 민주당 등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로 돌려보낸 지 1주일 만인 이날 21대 국회 재적의원 296명 가운데 무소속 윤관석·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을 제외한 294명이 참여해 무기명으로 표결했으나 찬성 179명, 반대 111명, 무효 4명으로 결국 통과 요건인 출석 인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은 얻지 못하고 부결됨과 동시에 폐지됐다.
‘채상병특검법’은 지난해 7월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원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대통령실·국방부 등의 외압 의혹을 규명할 특검을 도입하는 법안으로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 24명이 같은 해 9월 7일 공동 발의한 뒤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지정돼 지난달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이어 지난 2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주도로 ‘채상병특검법’을 강행 처리해 정부로 이송했고,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회로 되돌아왔다.
그동안 여야는 특검 도입 필요성과 정당성을 놓고 첨예한 공방을 이어왔으며, 특히 야권이 외압 의혹의 출발점으로 ‘VIP(대통령) 격노설’까지 지목했으나 여권은 ‘대통령 탄핵 의도’를 제기하면서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졌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수사 등 진상 규명을 위한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며, 여야 합의 없이 특검법이 도입된 전례가 없는 데다 법안에 ‘독소 조항’이 많다는 점 등을 들어 ‘채상병특검법’에 반대해왔다.
반면, 민주당은 총선 압승과 여론 조사상 찬성 응답률이 높은 점을 들어 외압 의혹 실체를 조속히 규명하려면 특검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우면서 ‘채상병특검법’ 수용을 요구해왔으나 이날 부결·폐기되자 민주당은 오는 30일 개원하는 제22대 국회에서 재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22대 국회에서도 ‘채상병특검법’을 둘러싼 여야 간 팽팽한 대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