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김밥 가격…‘금(金)밥’ 현실로
편의점서 잘 나가는 김밥들 먹어보니
프랜차이즈 못잖은 꽉 찬 재료 인상적
비법 레시피 적용하니 맛·풍미 더해져
시대의 지성 이어령 선생은 “한국인은 무엇이든지 먹는다”고 했다. 마음, 나이, 겁, 심지어 욕까지. 그러나 먹는다고 하면 으뜸으로 떠오르는 것은 음식이다. 우리는 뭣보다 음식을 먹는다. 궁금해서 알아봤다. 뭐든 먹는 한국인을 유혹하는 먹을거리는 지금 뭐가 있을까? CNB뉴스 기자들이 하나씩 장바구니에 담고 시시콜콜, 아니 식식(食食)콜콜 풀어놓는다. 단, 주관이 넉넉히 가미되니 필터링 필수. <편집자주>
금(金)이 붙는다고 해서 모두 환호할 일은 아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의 외식비 가격동향을 보면, 서울 기준 4월 김밥 가격은 전달 3323원에서 3362원으로 올랐다. 2022년 4월에 2908원이었으니 2년 전보다 15.6%나 뛴 셈이다.
전망도 어둡다. 지난달 김과 가공식품인 맛김 물가 상승률은 각각 10.0%와 6.1%였다. 여기에 영향을 받는 김밥 가격도 덩달아 오를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한 김밥 프랜차이즈는 지난달 메뉴 가격을 100원~500원 올렸다. ‘금(金)밥’의 탄생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도금’된 김밥이 야속하다면 편의점으로 눈을 돌려보자. 가격 대비 만족감을 채워줄 김밥들이 있다. 워낙 선택지가 많아, 선정에 앞서 기준을 세웠다. 각 사 애플리케이션에서 재고가 떴다 하면 사라지는 이른바 ‘품절템’을 골랐다. GS25 ‘빅소시지김밥’(이하 빅소시지), 이마트24 ‘간장양념매운김밥’(간장매운), 세븐일레븐 ‘맛장우 매콤제육김밥’(매콤제육)을 어렵사리 구했다.
전부 이름이 스포일러다. ‘빅소시지’는 엄지손가락 굵기만 한 소시지가 통째 들었다. 학창시절 도시락이나 급식의 으뜸 반찬 프랑크소시지를 떠올리면 된다. ‘간장매운’은 간장이 밴 갈색 밥알과 알싸한 청양고추가 조화를 이룬다. ‘매콤제육’은 남자들이 선호하는 점심메뉴 부동의 1위 제육볶음이 주인공이다. 쓰고 보니 힐난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하나마나 한 당연한 얘기를 왜 하냐고. 하지만 다분히 사실이며 이보다 분명한 특징도 없기 때문이란, 변명을 해본다.
자, 다시 본론으로. 애초에 편의점 김밥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이따금 화제된 부실한 편의점 김밥이 대표 이미지로 떠올랐다. 김과 밥이 대부분이고 재료는 있는 듯 없는 듯한 그런 모양새. 간편식이니 만큼 이해된다는 관대함이 조금 있었는데, 세 제품은 결론적으로 프랜차이즈 김밥 못지않았다. 밥은 조연이고 각종 재료가 존재감을 크게 발휘했다.
‘빅소시지’는 전체 면적의 절반을 소시지가 차지한다. 절임 무와 당근, 밥이 나머지 구역을 나눠 갖는다. ‘간장매운’은 어묵, 당근, 맛살, 시금치 등에 간장으로 달콤 씁쓸하게 양념한 밥이 한 세트다. 한 줄에 292kcal라는 낮은 칼로리는 덤.
‘매콤제육’에서 밥은 조연이 아니라 엑스트라로 비중이 훨씬 작다. 큰 역할을 하는 제육볶음과 단무지, 맛살, 오이, 당근 등이 차지하는 부분이 월등히 높다. 세 제품 모두 밥을 아예 빼고 계란, 당근 등으로만 속을 채운 키토김밥 만큼은 아니지만, 어깨를 살짝 나란히 해 볼만 하다.
간편식을 요리로 만드는 팁 ‘A to Z’
전자레인지에 잠깐 돌려 간편하게 먹어도 되지만, 약간의 정성만 들이면 보다 만족스러운 한 끼가 될 수 있다.
‘빅소시지’의 경우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구우면 소시지의 육향이 배가된다. 센 불로 빠르게 튀기듯이 익히면 밥알도 제법 꼬들꼬들해진다. 쫄깃한 소시지와 차진 밥을 만드는 비결이다. 계란물을 입혀서 구워도 괜찮은 선택. 아무래도 소시지가 있기 때문에 소스는 홀그레인 머스터드나 케첩이 어울린다. 맥주 안주로도 제격.
‘간장매운’은 간이 세다. 맵고 짠 편이다. 중화시킬 방법은 의외로 쉽다. 냉장고에 있다. 마요네즈를 꺼내 살짝 찍으면 칼칼한 맛에 느끼함 한 스푼이 더해져 전체적인 풍미가 살아난다.
‘매콤제육’은 정공법을 따르는 것이 좋다. 상추, 깻잎에 싸면 쌈밥이 된다. 약점이 있다. ‘매콤제육’은 식당서 파는 제육볶음에 비해 단맛이 약하다. 그냥 먹을 경우엔 기대하는 맛과 다를 수 있다. 해결책은 역시 소스다. 양조간장과 양파 등을 섞어 양념장을 만들면 최선. 번거롭다면 중국 땅콩소스 ‘즈마장’을 선택하면 해결된다. 제육볶음에는 아무래도 단맛이 필요한데, 고소하고 달착지근한 즈마장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정리하면, 약 3000원인 세 김밥 모두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충족한다. 밥과 반찬이 물아일체를 이룬다. 밥의 지분이 압도적으로 컸다면 이런 평을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김이다. 고소함과 윤기를 극대화하는 참기름이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유통과정에서 날아갔을 수는 있겠지만, 이로 인해 김이 푸석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김밥’이란 명칭의 절반을 괜히 김이 차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밥김’이 아니듯이 순서로 봐도 김은 김밥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