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4.05.22 11:49:40
여야 원내지도부는 22대 국회 원 구성을 향한 첫 공식 협상을 시작했으나 서로 기존의 주장만 되풀이하며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추경호·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배준영·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와 함께 21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2시간가량 비공개로 만찬을 갖고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 구성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으나 각각 ‘관례’와 ‘총선 민의’를 앞세워서 법제사법·운영위원장 자리를 두고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민주당은 의석수 171석의 원내 1당인 만큼 22대 국회 의석 구조에 따라 18개 상임위 중에서 국회 법사위와 운영위를 포함한 11개 상임위 위원장을 맡고 여당인 국민의힘이 나머지 7개를 상임위를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이 차지하겠다는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가 통과시킨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가지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로 향하기 전 거치게 되는 최종 관문으로 주요 특검법과 쟁점 법안들을 원만하게 추진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으며, 운영위는 대통령실 비서실과 경호처를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어 대통령실을 상대로 한 자료 제출 요구가 가능한 곳이기 때문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의 법사위 사수 의지에는 21대 국회 후반기에 각 상임위에서 강행 처리한 법안이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법사위에 계류(국회법상 최대 60일·60일이 지나면 소관 상임위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 부의 가능)되는 상황을 여러 번 겪어 이에 채상병 특검법 등을 신속 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법사위 논의를 건너뛰는 우회로를 이용하기도 했으며, 운영위를 확보할 경우 국회 내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각각 다른 정당이 맡았던 관례에 따라 민주당이 국회의장을 맡은 경우 법사위원장은 여당에 배분돼야 하고, 대통령실을 관장하는 운영위원장도 지난 13대 국회부터 여당 원내대표가 맡았던 관례에 따라 국민의힘이 맡아야 한다며 두 상임위장 자리를 넘길 수 없다고 맞섰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22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는 대화와 협상, 협치를 하는 곳이지 대립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 국회의장을 가져갈 경우 관례에 따라 제2당에서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가야 하며, 운영위원장도 지난 13대 국회부터 예외 없이 여당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았던 관례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지난 21대 국회 전반기에 다수 의석을 이용해 모든 상임위원장을 차지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표결을 통해 ‘18개 상임위 독식’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2대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사실상 확정된 우원식 의원도 “(여야 간) 합의가 안 된다면 국회법이 정한 절차가 있다”고 직권상정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민주당은 입법 독주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일단 원 구성 협상 기한까지는 협상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개원 직후 열리는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서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고, 이로부터 3일 안에 각 상임위원장이 선출돼야 한다. 첫 본회의가 내달 5일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7일이 원 구성 협상 시한이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