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4.05.21 12:02:55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친윤(親윤석열)계에서 제기하고 있는 ‘한동훈 책임론’과 ‘총선 백서’를 둘러싼 갈등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메시지로 사실상 당권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18일 오후 늦게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달 11일 총선 참패 후 자리에서 물러난 지 40여일 만에 처음으로 최근 세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제품에 대한 해외직구 금지 조치와 관련해 “개인 해외직구시 KC인증 의무화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우리 정부는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공정한 경쟁과 선택권을 보장하는 정부”라고 정책 현안에 목소리를 내 사실상 전당대회에 출마할 결심을 굳힌 게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한 전 위원장 외에도 나경원 당선인, 유승민 전 의원 등 당내 유력 당권 주자들이 일제히 정부 정책의 재고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는 등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는 등 심상치 않은 민심에 결국 정부는 발표 사흘 만에 KC 인증이 없는 해외 제품은 직구를 금지하는 방안을 사실상 철회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지난 4·10 총선 후 처음으로 정책 현안에 직접 목소리를 내자, 당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특히 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한동안 잠행을 이어가던 한 전 위원장이 최근 도서관에서 시민들과 셀카를 찍는 모습이 포착되는 ‘목격담 정치’에 이어 강남의 유명 중식당에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만찬 회동을 하는 등 사실상 정치적 행보를 재개하면서 차기 전당대회의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전 위원장으로서는 ‘직구 제품 KC 의무화’ 같은 생활밀착형 이슈에 대한 관심이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동시에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가감 없는 비판으로 각을 세우는 것이, 차기 당권 도전에 더 유리하다는 전략적 고려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한 전 위원장이 지난 총선 후 한 차례 윤 대통령의 오찬 제안을 고사한 후 용산과 소통을 재개했다는 소식 또한 현재까지 없으며,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 기자회견에서 ‘한 전 위원장을 언제든지 만나겠다’고 말한 메시지에도 아직 한 전 위원장 측의 뚜렷한 답변은 없는 것으로 파악돼 이대로 한 전 위원장이 당권에 도전할 경우, 비윤(非윤석열)으로 분류돼 지난 총선 과정에서 실패했던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본격화할 거나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용산 대통령실과 친윤계(친 윤석열게)에서는 ‘한동훈 당 대표’ 가능성에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이번 총선 패배에 있어 대권 행보 모습을 보인 한 전 위원장의 행보와 선거 막판 거친 발언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책임이 더 크다는 인식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 사이 관계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꽤 필요할 것 같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대통령실의 분위기는 ‘한 전 위원장이 당 대표가 되면 탈당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일부 친윤 인사의 발언이 나오는 등 당내 친윤계 일각에서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당원 게시판 등 국민의힘 안팎이 술렁이고 있지만 한 전 위원장의 출마 자체를 막을 수 없는 만큼 당권에 나설 경우 용산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친윤 성향의 국민의힘 한 영남권 당선인은 20일 CNB뉴스 기자와 만나 “한 전 위원장의 개인적인 인기나 우리 당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인물이라는 역량은 무시할 수 없고 당원들도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정부와 당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당 대표에 출마할 경우, 용산 대통령실과의 관계 회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다른 한 영남권 중진의원도 21일 전화통화에서 “거대 야권에 맞서 대통령실과 당이 단결할 때이기 때문에 한 전 위원장 뿐 아니라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이 마음을 1순위로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한 전 위원장이 전대 출마하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잡히고 있지만, 선거에 참패한 수장이 다시 당을 이끌기 위해 곧바로 나서는 것이 ‘책임 회피’로 비쳐질 수도 있어 여전히 ‘명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 한 상임고문은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 일극 체제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거대 야당인 민주당에 맞서려면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대야 투쟁력을 발휘한 한 전 위원장이 적임자”라면서 “서둘러 등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