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지난해 8월 영국 런던정경대(LSE) 방문 교수로 출국한 지 9개월 만인 지난 19일 노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 참석을 위해 귀국해 여의도 정치권의 관심을 끌고 있다.
김 전 지사가 이날 노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을 위해 잠시 돌아온 것이지만, 야권 뿐만 아니라 여권의 시선도 집중될 정도로 여전한 영향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나돌고 있던 ‘김경수 복권론’이 또다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명예 회복을 위한 차원이라는 게 표면상 이유지만 지난 4‧10 총선을 통해 더욱 강화된 ‘이재명 극일 체제’에서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 돼비린 ‘親盧‧親文’(친 노무현·문재인) 구심점 마련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4·10 총선에서 그동안 ‘親盧‧親文’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전해철 민주당 의원, 홍영표 새로운미래 의원 등이 컷오프(공천배제)되거나 당적을 옮기는 바람에 당내 ‘친노·친문’ 기반이 사실상 와해됐다는 진단이 나오지만 김 전 지사 역할론이 언급되는 것은 그가 가진 상징성과 대중적 인지도가 남다른 평가가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마지막까지 곁을 지킨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지난 2017년 대선 당시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인물로서 사실상 대통령직인수위원회였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는 기획분과 자문위원을 맡아 새정부 국정 방향 설정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이력은 그가 친노·친문계를 아우를 수 있는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는 배경이다.
김 전 지사가 이같은 전직 대통령들과의 인연만으로 조명받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재도전 끝에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거물이던 김태호 의원을 꺾고 민주당의 타이틀을 달고 진보정당에 험지인 경남도지사에 당선된 점도 주목받는 이유다.
당시 김 전 지사가 경남 출신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자유한국당 김 의원이 경남도지사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김 전 지사는 보수 성향 유권자에도 호소력 짙은 인물로 평가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지난 총선을 기점으로 자취를 감춘 ‘비명’(비이재명)계에서는 ‘사법리스크’가 진행 중인 이 대표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물론, 이 주장은 이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논리였으나 3년 뒤 21대 대선을 앞두고 유력 대권주자가 한 명인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도 대안론을 거들었다.
김 전 지사는 19대 대선 당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돼 문재인 정부에서 징역 2년형을 확정받고 복역하다가 지난 2022년 12월 윤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석방됐지만, 복권은 되지 않아 2028년 5월까지 피선거권이 없어 당내 일부에서는 특별 사면된 김 전 지사에 대한 복권 필요성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한 친문계 의원은 20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면‧복권은) 대통령의 특별 권한이기 때문에 짐작하기는 어렵겠지만 김 전 지사에 대한 사면복권이 필요하다”면서 “민주당에서도 이재명 독주보다는 경쟁 속에서 승리하는 것이 더 다이내믹하고 국민 선택의 폭을 넓혀줄수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에 윤 대통령의 결단이 불투명할 뿐 아니라, 복권되더라도 현재 이재명 체제에서는 김 전 지사의 역할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최근 당내에서 일고 있는 김 전 지사의 구심점론은 현재 이재명 체제에서는 뚜렷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틈이 없어 다소 섣부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 전 지사가 역할을 하려면 친문 진영에서 이 대표와 각을 세우거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됐을 경우인데,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전 지사는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일시 방문한 마당에 한국의 현실정치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봉하마을 추도식에 가니 (문 전 대통령도) 찾아봬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