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4.05.20 11:41:17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한·캄보디아 정상회담을 계기로 공개 활동을 재개한 지 3일 만이자 지난해 12월 조계사에 마련된 자승 전 총무원장 스님의 분향소를 방문한 후 169일 만에 4000여 명이 운집한 한 불교 행사에 참석하며 활동 반경을 공개 활동으로 넓히는 모습을 보여 정치권의 관심을 끌었다.
20일 대통령실의 발표에 따르면 윤 대통령 내외는 지난 19일 경기도 양주시 회암사지에서 미국 보스턴미술관에서 3여래(석가불·가섭불·정광불), 2조사(지공선사·나옹선사)의 사리가 100년 만에 ‘환지본처(본래의 자리로 돌아감)’된 것을 기념해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제’에 참석했다.
돌아온 사리들은 본래 양주 회암사의 지공선사 사리탑에 모셔져 있다가 일제강점기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와 함께 불법 반출된 것을 보스턴미술관이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2009년 남북불교계는 사리 반환을 위한 공동합의문을 채택하고 보스턴미술관과 반환 협상에 나섰지만,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2013년 이후 반환논의가 중단된 상태였다.
그러다가 논의 재개의 물꼬는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당시 김 여사가 보스턴미술관을 방문해 사리 반환논의를 재개해 달라고 요청해 10년 만에 반환의가 다시 시작됐다고 한다.
당시 김 여사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은 올해에 매우 뜻깊은 일이 될 것”이라며 반환논의 재개를 요청했고, 메튜 테이텔바움 보스턴미술관장은 유관기관과 함께 필요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화답한 이후 지난해 11월 약 10년 만에 옛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과 반환논의를 재개했고, 양측은 지난 2월 ‘사리구’는 대여 형식으로, 사리는 보스턴미술관이 조계종에 기증하는 형태로 ‘환지본처’에 합의함으로써 이뤄졌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조계종 측이 ‘10년 만에 사리 반환논의의 계기를 만든 김 여사에게 사의를 전달하고 싶다’며 수차례 대통령실에 참석을 부탁하자 화답 차원으로 김 여사의 참석이 성사됐다”고 전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도 “2009년부터 반환논의가 시작됐지만, 그동안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잊히게 될 즈음, 김 여사께서 보스턴미술관에 직접 가셔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셨다”고 사의를 표했으며, 봉선사 주지 호산스님도 윤 대통령 내외와의 환담에서 “그렇게 안 되던 것이 김 여사의 도움으로 가능했다”고 추겨세웠다.
이에 김 여사는 “1000만 불자들의 염원이 이룬 결과”라며 “불교계의 숙원을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김 여사의 이러한 공개 행보는 야당이 공개 행보보다 의혹 해명이 먼저라고 비판을 가하는 것이 부담이지만 줄지은 외교 일정을 염두에 두고 보폭을 넓힌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당장 이달 말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게 돼 있고, 윤 대통령은 6월과 7월 각각 우크라이나 평화 정상회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초대를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순방, 정상 간의 오·만찬 등 주요 외교 일정은 부부가 동반 참석하는 것이 관례라 대통령실은 그간 활동 재개 시점을 저울질해왔다.
따라서 이번 불교 행사로 대중 앞에 선 것은 ‘영부인 역할’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되돌릴 수 있는 명분을 갖췄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여 김 여사는 향후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활동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