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4.05.10 14:33:33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잇달아 제기되고 있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불화설에 대해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일축했으나 지난 총선에서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한 전 위원장은 전당대회를 통한 ‘조기 등판설’이 나와 정치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윤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한 전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적이 있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일부 참모진들의 점심 자리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은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바로 그 문제를 풀어 해소했다”며 “한 전 위원장은 정치 기간은 짧지만, 주요 정당의 비대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총선을 지휘하는 등 정치인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해 정치인의 길을 잘 걸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 말미에 ‘한 전 위원장과 따로 연락했거나 차후에 다시 만날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저와 20년이 넘도록 교분을 맺어온 한 전 위원장을 언제든지 만날 것이다. 선거 이후에 본인도 많이 좀 지치고, 재충전이 필요한 것 같아서 부담을 안 주고 기다리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 언제든지 식사도 하고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한 전 위원장이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하며 본인도 적지 않은 내상을 입었지만, 기존의 윤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의 팬덤과는 구분되는 상당수 지지층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잃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한 전 위원장은 총선 기간에 소위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 국면을 겪으면서 지지층이 명료하게 분화돼 윤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국민의힘 탈당을 보류하거나 새롭게 입당 운동을 벌이면서 전당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한 전 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윤 대통령의 오찬을 건강상 이유로 거절했으나 최근 ‘광폭 행보’를 보이면서 ‘복귀설’이 고개를 드는 등 조기 등판론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의 ‘복귀설’은 총선 엿새 만인 지난달 16일 서울 모처에서 비상대책위원들과 저녁 식사를 한 데 이어 지난 3일 김형동 비서실장을 비롯해 당 사무처 당직자들과 회동을 했으며, 지난 총선 기간에 자신이 영입한 5선의 이상민 의원과도 직접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취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정치 신인이었던 한 전 위원장이 총선을 거치면서 당내에서 확보한 정치적 ‘우군’들과 '황우여 비대위' 출범을 전후해 연이어 회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다시 자신의 존재감을 또다시 각인시키는 등 세 다지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수도권 한 중진 의원은 10일 CNB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한 전 위원장이 최근 측근 국회의원들에게 가능한 한 전당대회를 연기해 달라는 부탁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는 전당대회에 참여하려는 뜻이 아니겠느냐”면서 ”전당대회가 예상보다 다소 늦어지는 상황도 한 전 위원장의 등판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출마설에 기름을 부었다.
이 같은 상황에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전 위원장의 등판 가능성을 높이는 전당대회 연기론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제동을 걸어 ‘윤·한 갈등’의 여파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전 원내대표는 황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 시기를 늦추겠다고 한 것에 대해 “비대위원장을 모실 때는 당선자, 21대 의원들, 중진의원들, 상임고문단 고문들과의 만남을 통해 6월말~7월초쯤 전당대회를 빨리해서 조기에 당 지도체제 정비하고 당 혁신을 하자는 총의가 모였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전당대회 관리위원장에 불과한 이번 비대위원장은 그냥 조속히 전당대회 열어 당권 넘겨주고 나가면 되는데 무슨 당 대표나 된 듯 새롭게 비대위원 임명하고 당 대표 행세하면서 전당대회를 연기하려고 하니 참 가관”이라며 “빨리 전당대회 열어 당대표나 선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두 사람 모두 윤 대통령과 소통이 원활한 친윤으로 분류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전당대회 연기론을 비판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면서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가 늦어질수록 총선 패배 책임론이 희석돼 한 전 위원장의 등판 가능성이 높아지는 데 대한 불편한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