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차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후보 등록일 직전까지 단 한 명도 출마를 선언하지 않자 오는 3일 열려던 원내대표 경선을 9일로 엿새가량 미뤄져 당내에서는 “중진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이례적인 상황에 대해 “어제까지 아무도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연기)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나경원 당선인은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원내대표 후보에 많은 분이 나와서 건강하게 경쟁하고 비전도 얘기해야 한다”며 “당의 모습이 더 활기가 있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라고 밝혔으며, 친윤(친윤석열)계에서도 배현진·박수영 의원 등도 “다양한 후보들이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리고 안철수 의원도 다른 라디오에 출연해 “‘내가 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성찰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지만 정치력이 어느 정도 되는 분들이 나서야 한다. 가급적 수도권 당선자 중에서, (또는) 4선 의원 중에서 역할을 맡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배 의원은 “3선 이상 중진 선배 의원들이 어려운 길이라며 서로 사양 마시고 적극 나서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박 의원은 “중진의원 중에서 더 많은 후보가 나와서 당을 살리는 방안에 대해 뜨거운 논쟁들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국민의힘 중진들이 원내대표 경선에 좀처럼 나서지 않는 데는 극단적인 여소야대 상황에서 ‘거야(巨野)’ 더불어민주당과 협상해야 하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여야 간 쟁점이 뚜렷한 사안을 두고 대통령실과 조율하는 동시에 야당을 설득하는 게 어려울뿐더러 자칫 협상 주도자에게 ‘상처’만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친윤 핵심’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철규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 가능성도 중진들의 출마를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영남권 한 중진의원은 2일 CNB뉴스에 “이철규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 나올지가 중요하다. 이 의원이 출마한다면 경선 일정이 연기됐더라도 선뜻 중진의원들이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 의원은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이기 때문에 상보다는 벌을 받아야 할 분”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의원측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를 전혀 한 적이 없으며, 특히 보좌진들에게도 출마와 관련해 무엇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면서 ‘이 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경선에 나서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불출마 의사를 밝힐 수 있겠는가”라고 일축했다.
이런 상황에서 앞서 불출마 의사를 밝혔던 김도읍(4선)·김성원(3선) 의원은 기존 자신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경기도 이천에서 3선에 성공한 송석준 의원이 2일 출마 의사를 밝혔으며, 이외에도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4선의 박대출 의원,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3선의 추경호 의원을 비롯해 이종배(4선)·성일종(3선) 의원 등 중진의원들의 이름도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