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9일 오후 첫 영수회담을 열어 130여분 간에 걸쳐 정국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으나 대부분 사안에서 인식 차가 너무 커 이를 좁히지 못해 회담과 관련한 별도의 합의문을 채택하지도 못하고 끝났다.
회담 후 대통령실은 “소통과 협치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이날 회동에 의미를 부여했으나, 민주당은 “국정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냉담한 평가를 내놓는 등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이도운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영수회담 후 진행한 브리핑에서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수석은 “첫째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 대표는 ‘의료 개혁은 시급한 과제이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고 말했다”며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 민생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 정책적 현안이라는 데도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 수석은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당, 야당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은 했다”면서 “대통령은 ‘민생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수석은 이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수용을 촉구한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방지책, 그리고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에서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취지의 설명을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은 대통령실의 ‘이견은 있었지만,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이 있었다’는 취지의 총평과 달리 ‘실망했다’고 혹평했다.
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 기조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보였다”고 전했다.
그리고 박 대변인은 “다만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고, 앞으로 소통은 이어가기로 했다. (회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제가 대표님께 오늘 영수회담에 대한 소회를 말씀을 듣고 싶어서 ‘어떠시냐’고 했더니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며 “향후 대한민국이 이번 총선에서 일방적 독주와 관련된 부분을 심판받았는데, 회담 내에서는 (국정 기조 전환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실망했다”고 혹평했다.
또한 박 대변인은 회담 시간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진 이유에 대해 “이 대표가 15분 모두발언을 하고 그 이후 (비공개) 회담은 대표께서 화두를 꺼내면 윤 대통령이 답변하는 형식이었다”며 “윤 대통령의 답변이 상당히 길었다. 몇 가지 주제를 이야기하다가 시간이 상당히 지났는데, 천준호 비서실장이 시간 계산을 해보니 85:15 정도 됐던 것 같다. 모두발언 이후에는 윤 대통령이 많은 말씀을 하셨다고 보면 된다”고 윤 대통령의 ‘경청’도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실제로 앞서 20여분간 언론에 공개된 회담에서는 이 대표는 미리 준비해 간 원고를 꺼내 들어 윤 대통령 면전에서 ‘쓴소리’를 가감없이 쏟아냈으나, 이어진 두시간 가까운 비공개회담에서는 윤 대통령이 주로 발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민주당 측은 천준호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배석한 가운데 진행된 회담은 양측이 주요 현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 내지는 못했지만, 당초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 10여분간이나 진행됐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