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임기가 다음 달 29일로 종료되는 가운데 여야는 오는 30일부터 5월 29일까지 한 달 동안 열리는 4·10 총선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 회기인 5월 임시국회도 쟁점 법안들을 둘러싸고 한 치의 물러섬 없는 혈투를 예고하는 등 ‘강 대 강 대치’ 전선이 가파르게 형성될 전망이다.
원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4‧10 총선 압승의 여세를 몰아 이미 5월 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한데 이어 다음 달 2일과 28일 본회의 개의를 추진해 채상병 특검법 등을 매듭짓겠다고 벼르고 있다.
우선 민주당은 오는 5월 2일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우선 처리하고, ‘전세사기특별법’ 처리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온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표결도 회기 내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민주당은 최근 범야권이 주도해 본회의 직회부를 요구한 ‘민주유공자예우법’과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정무위)’, ‘제2 양곡관리법 개정안(농해수위)’ 등에 대해서도 마지막 날인 다음 달 29일 처리할 것임을 공언하고 있으며, 아울러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간호법 제정안’ ‘방송3법’ 등의 재입법 추진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민주당 원내 한 핵심 관계자는 29일 CNB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민주당은 지난 4‧10총선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채상병 특검법’을 비롯해 각종 법안을 처리하라는 준엄한 명령을 받았다”면서 “따라서 민주당은 21대 국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진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의석수 열세로 뾰족한 맞대응 카드가 없는 가운데 5월 국회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야 간 의사 일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5월 국회 소집은 ‘일방적인 폭거’라며 반발하면서 여야 간 이견이 첨예한 쟁점 법안은 다루지 말고 민생 법안만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쟁점 법안 처리 불가’로 맞서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안철수 의원 등 일부 인사들이 채상병 특검법에 동의하고 낙선자를 중심으로 이탈표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원내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야가 이견이 없는 민생 법안을 처리하자면 얼마든지 본회의에 응할 수 있겠지만 쟁점 법안들의 경우 21대 국회에서는 시효가 종료된 것이나 다름없어 새로 당선된 국민의 대표가 22대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면서 “그러므로 ‘채상병 특검법’ 등은 22대 국회로 넘기고,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고준위방폐물법)’ 등 여야가 합의점을 찾은 비쟁점 법안 처리에 집중하자”고 주장했다.
이처럼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여야 간 날 선 ‘강 대 강 대치’는 민주당 등 범야권이 지난 4‧10 제22대 총선에서도 192석을 확보함으로써 21대에 이어 ‘여소야대’ 구도를 지켜낸 것은 물론, 야권 강경파들도 대거 원내 입성을 앞두고 있어 22대 국회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예고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총선 승리 직후부터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개발사업 50억 클럽 뇌물 의혹 특검법) 처리를 별러온 것은 물론, 지난 총선에서 제3당으로 부상한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 개원 즉시 총선 1호 공약으로 ‘한동훈 특검’ 추진에 착수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벌써 민주당과 발의 문제를 협의하는 등 범야권이 공조를 예고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특검법이 화약고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방송3법’ ‘노란봉투법’ ‘간호법’ 등도 재추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21대에 이어 22대에서도 ‘소수 여당’이 된 국민의힘으로서는 현실적으로 ‘거야(巨野)’ 민주당이 추진하는 쟁점 법안을 물리적으로 막을 도리가 없어 수용하기 힘든 쟁점 법안에 대해서는 대통령 거부권 카드를 다시 꺼내 들 가능성이 있어 또다시 충돌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29일 오후에 열릴 윤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의 첫 영수회담 결과가 향후 정국 방향을 보여줄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여야 대치 정국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