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4.04.23 11:07:11
윤석열 대통령이 장고 끝에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 21대 국회 부의장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역임한 국민의힘 5선 중진 정진석 의원을 임명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국민 시선에 맞지 않는 인사”라며 일제히 비판한 반면, 국민의힘은 “소통 적임자로서 민생·개혁 가교 기대한다”며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정 신임 비서실장은 친윤 핵심인사로 그동안 국민의힘이 용산 대통령실의 거수기로 전락하도록 만든 장본인 중 한 사람”이라며 “과거 막말과 역사관 논란을 볼 때 협치 대신 정쟁을 촉발시킬 인물”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정 비서실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으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제1야당 대표에게 무수한 막말과 비난을 쏟아냈다”며 “그밖에도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에 대해 그가 쏟아낸 막말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국민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고 오히려 국민 기준에 현저히 떨어지는 인사”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불통의 국정을 전환하라는 국민 명령을 외면한 인사라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럽다”며 “이런 인물을 대통령실 비서실장으로 세우고서 국정 전환과 여야 협치에 나서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조국혁신당도 논평을 통해 “검찰독재정권 심판이라는 성격이 분명한 이번 총선 성적표를 받아 들고서, 국정운영 실패에 작지 않은 책임이 있는 정 비서실장을 다시 중책에 기용했다”며 “윤 대통령 주변에는, 국민의힘에는 그렇게 사람이 없는가”라고 윤 대통령의 인사를 비판했다.
이어 조국혁신당은 정 비서실장의 과거 발언한 한일외교 문제에 대해 “윤 정권의 한일정상회담이 굴욕외교라는 비판을 받자 ‘식민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자’고 말한 바 있는 등 과거 한일 관계에 대해 했던 발언들을 곱씹어 보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논평에서 “민심을 가감 없이 듣고 여당은 물론 야당과도 함께 소통해 가려는 (대통령의) 절박한 의지”라며 “다년간의 기자 생활과 5선 의원, 청와대 정무수석 등 정치권 전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야말로 소통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정 비서실장에 대해 “더 낮은 자세로 소통하라는 민심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고 민생과 개혁을 위해 더욱 폭넓은 가교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민 눈높이에서 대통령에게 말씀드리려 노력하겠다’는 정 신임 비서실장의 다짐은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모자람에 대한 반성이자 더 세심하게 민심을 살피겠다는 강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렇듯 정 신임 비서실장의 선임과 관련해 여야의 상반된 평가와는 달리 일부 야권에서는 긍정적인, 그리고 여권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 비윤(비윤석열)계 김웅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우리 당이 무너지게 된 가장 근본적 원인은 전당대회로 뽑힌 당 대표를 대통령 지시로 내쫓은 것과 당심 100%로 전당대회 룰을 급조해 대통령의 사당으로 만든 것으로, 두 가지를 모두 주도한 사람이 바로 정진석 의원”이라며 “지난 2년처럼 일방통행을 고집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직격했다.
이어 김 의원은 “정 비서실장은 선거 승리를 이끈 당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 저격을 시작했고, 윤리위 징계를 조종한 듯한 문자를 주고받기도 했다”면서 “결국 윤심이 곧 민심이라는 희대의 망발로 국민의힘을 용산의힘으로 사당화했다”고 비판했다.
반대로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5선에 성공한 박지원 당선자는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총리나 비서실장을 좀 존중하고 버거워하셔야 한다”면서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출신이라 명령하려고 하는데 정진석 의원은 바른말을 잘하시는 분이니 (정 의원에게) 함부로 못 할 것 아닌가”라고 추겨 세워 눈길을 끌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 인사를 직접 발표해 기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이날 옅은 하늘색 넥타이에 짙은 남색 정장 차림으로 정 신임 비서실장과 함께 브리핑룸에 등장한 윤 대통령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먼저 기자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 뒤 마이크를 쓰지 않고 그대로 연단에 서서 발표를 이어갔다.
특히 윤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 모두발언이나 대국민 담화에서 보여준 격앙된 말투와는 달리 대화를 나누는 듯한 말투로 정 의원의 이력을 소개하며 “잘 수행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면서 간간이 미소를 띠는 등 평소와는 다소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비서실장 인사 발표를 마친 뒤에는 직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등 이 역시 예정에 없었던 것으로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의미가 무엇이냐’고 일부 언론 보도 내용을 확인하는 질문에 소리 내어 너털웃음을 지으며 답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5분여에 걸친 인사 발표와 질의응답을 마친 뒤 곧바로 퇴장했으나 이례적으로 이날 오후에 홍철호 신임 정무수석비서관 인사를 발표하기 위해 5시간여 만에 다시 브리핑룸에 등장해 하루 두 차례 출입기자단과 만난 것이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