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4.04.22 11:23:54
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난 한동훈 전 위원장을 비롯한 전임 여당 지도부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었으나 한 전 위원장이 거절 의사를 밝혀 무산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대해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한동훈 비대위 전원을 22일 대통령실 오찬 초청 의사를 대통령실 참모를 통해 국민의힘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에게 전달했으나,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직접 전화해 “지금은 건강상 이유로 참석하기 어렵다”는 뜻을 정중하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 전 위원장의 윤 대통령의 오찬 거절이 3번째 ‘윤·한 갈등’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대응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갈등 양상을 보였으며, 또한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해 이종섭 전 호주대사 사퇴 과정은 물론, ‘회칼 테러’ 발언 논란을 빚은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거취 등을 놓고도 대통령실의 대응 변화를 요구하는 등 갈등이 표출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이 지난 16일 홍준표 대구시장과 먼저 장시간 만찬을 함께 하며 국정 현안과 총리 및 비서실장 인선을 논의한 것도 초청 거절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홍 시장이 윤 대통령의 요청으로 만난 이후인 지난 20일 “한 전 위원장은 우리에게 지옥을 맛보게 했던 정치 검사였고, 윤석열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라며 “당에 얼씬도 말라”고 맹비난을 이어갔다.
이에 한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오찬 초청 거절 다음 날인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을,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응하면서 “정교하고 박력 있는 리더쉽이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만날 때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정교해지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고 향후 정치 무대로 복귀할 것임을 사사했다.
그러나 홍 시장은 계속해서 “한동훈은 윤 대통령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주군에 대들다 폐세자가 됐다” 등의 발언으로 한 전 위원장을 거듭 비판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홍 시장이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배신감’ 심정을 대신 드러냈다는 관측이 나왔으며, 이에 한 전 위원장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윤 대통령의 오찬 초청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 전 위원장이 차기 대선 주자 행보를 염두에 두고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며 “누가 저에 대해 그렇게 해준다면 잠깐은 유쾌하지 않더라도 결국 고맙게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해 총선 과정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낸 것이 대통령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 국민 목소리를 전하며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용기를 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특히 한 전 위원장은 총선 과정에서 자신이 영입한 국민의힘 당선인들에게 최근 전화를 걸어 “제가 정치로 끌어들였는데 자리를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 저보고 당에 들어오신 것 안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대권 도전 의지를 확실히 드러냈다는 시각도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