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4.04.04 12:07:13
4·10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당적의 한 보수 논객이 방송에서 “젊은이들이 나라를 망쳤다”면서 “노인들이 투표율을 높여 구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세대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당적을 가진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2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현재 총선 위기론에 빠진 여당이 뭔가를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변수는 60대 이상 노인들의 아주 높은 투표율”이라며 “‘젊은이들이 망치고 어지럽힌 나라를 노인들이 구한다’ 옛날에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벽에 이렇게 문구가 적혀 있었던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전 위원은 현장에 있던 젊은 청중에게 “미안하다”라면서도 “‘젊은이들이 헝클어 놓은 걸 노인들이 구한다’라고 호소해서 60대 이상의 노인들의 투표율을 극적으로 높이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 전 위원의 이 같은 주장은 상대적으로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60대 이상의 노년층 투표율을 높여야 국민의힘에 승산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으나, 정확한 인용도 아닐뿐더러 젊은 세대를 비하해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젊은이들에게 나라를 어지럽힐 힘, 돈이나 권력이라도 주고 말해라”, “젊은이들에게 왜 책임을 떠넘기냐”라는 등 격앙된 반응이 나왔으며, 특히 일부 누리꾼들은 “이런 말 듣고 투표 안 할 거냐”고 서로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3일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김 전 위원은 근거 없는 혐오로 청년을 모욕하지 말라”면서 “나라를 망친 가해자는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고, 청년은 윤석열 정권이 망친 나라에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김 전 위원은 같은 방송에 진보 패널로 출연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앞에서 정치권 도덕성 추락을 지적하면서 노 전 대통령을 거론한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김 전 위원은 “대표적으로 노 전 대통령이 어떻게 투신해서 서거하셨느냐. 자기 몰래 가족이 640만 달러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며 “노 전 대통령이 그렇게 부끄러움을 알고 억울하게 죽었는데 (민주당은) 그걸로 일종의 경제적인 혜택을 받은 사람을 종로에 딱 공천했다”고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민주당 곽상언 후보를 겨냥했다.
이에 사회자가 ‘지금의 논쟁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아닌 것 같다’라고 제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전 위원은 “두 번째는, 640만 달러 받아 가지고 뉴욕의 고급 아파트를 사서…. 그 돈을 가지고 딸이…”라고 계속해서 언급했다.
그러자 유 전 이사장이 “그만하셔야 된다.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으로 들어가면 이 토론이 산으로 간다”면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시라”라고 여러 차례 그의 발언을 만류했으나, 김 전 위원은 “언론에 보도되고 다 사법적으로 되었는데, 무슨 사실관계인가?”라고 오히려 반문하자, 유 전 이사장은 “무슨 사법적 사실관계가 확인되었느냐. 돌아가신 거여서 ‘공소권 없음’인데”라고 계속 반박했다.
실제로 당시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한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일가가 640만 달러를 수수했고, 이 중 40만 달러가량이 노 전 대통령의 딸인 노정연씨의 해외 부동산 구입 자금으로 쓰였다고 발표했으나 ‘공소권 없음’으로 이후 조사가 진행되지 않아, 당시 검찰의 주장이 얼마나 정확한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확인 불가능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김 전 위원은 토론 주제와 다소 거리가 있는 사례, 그것도 검증할 수 없는 의혹을 상처받은 당사자 앞에서 공개적으로 재소환한 셈이며, 특히 방송이 끝난 뒤 이어진 유튜브에서도 “정권심판론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질투”라고 치부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은 “우선 사회가 살아나가는 데에 짜증 나는 점이 많다. 그리고 누구도 부인할 수 없듯이 인간사회에는 권력에 대한 질투와 질시가 있다”면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질투, 권력을 가진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대한 질시로 ‘윤 대통령 부부는 권력도 가졌고, 재산도 많고, 또 어려움이 없이 살아온 이런 부부인 것 같다’는 것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질투와 질시 등이 인간사회 밑에 깔려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