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제22대 총선을 불과 10여일 남기고 ‘의료대란’이라는 ‘대형 악재’와 마주한 국민의힘은 1일 가진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두고 오히려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거센 반발이 나오면서 심지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처음으로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가 철회하는 등 자중지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국민의힘 함운경 후보는 이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발표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 떼고 공정한 선거관리에만 집중하시라”라고 직격 하는 등, 여권에서 처음으로 탈당을 요구했다.
이어 함 후보는 “지난달 29일 저를 비롯한 11명의 국민의힘 체인저벨트 후보자 일동은 윤석열 대통령께 결자해지 차원에서 직접 나서 달라고 요청하였다”라며 “손발을 걷어붙이고 직접 나서서 정치적 판단과 해법을 제시해 달라고 간곡하게 요청드렸다”라고 적었다.
그리고 함 후보는 “대통령은 이 나라 최고의 정치 지도자이다. 정치 지도자라면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최고의 책무라고 말씀드린 바 있다”라며 “오늘 대국민담화는 한 마디로 쇠귀에 경 읽기로서 이제 더 이상 윤석열 대통령께 기대할 바가 없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께 요구한다. 국민의힘 당원직을 이탈해주기를 정중하게 요청하는 바”이라고 탈당을 요구했다.
그러나 함 후보는 2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본뜻을 모르고 성급했다”면서 “대통령의 본뜻이 사실은 사회적 타협기구를 통해 (의대) 정원 문제를 포함해 다 조정을 하겠다 이렇게 얘기한 것을 들으니 제가 먼저 성급하게 나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철회했다.
이어 한 후보는 “담화 내용을 다 듣기 전에, TV토론으로 이동하기 전에 너무 화가 나서 그런 글을 썼다”며 “애초에 내가 판단에 미스가 있었다. 잘못된 판단들은 사회적 타협 기구에서 조정하겠다. 인원수까지 포함해 조정하겠다. 이렇게 간단하게 얘기했으면 좋았을 걸 왜 그렇게 길게 얘기했는가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나오기 전까지 국민의힘 안철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해 당내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전향적인 태도를 요구했으나, 기대에 어긋나자 수도권 판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격전지에서 뛰고 있는 후보들의 위기감도 고조되는 모양새다.
특히 이날 일부 후보들의 지원 유세에 대표적 ‘비윤’(비윤석열) 인사인 유승민 전 의원까지 가세하여 작심 비판하자, 당내에서는 일부 광역단체장을 중심으로 이들을 향한 거친 비판이 이어지는 등 균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대전을 찾아 이상민(대전 유성을) 후보 지원 유세를 한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을 갖고 집권했는데, 김건희 여사·이종섭 대사·채상병 관련 일들로 ‘내로남불’ 프레임에 걸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유 전 의원은 당 지도부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운 것에 대해서도 “자꾸 심판 프레임으로 가면 국민들이 ‘이조심판’과 ‘윤석열 정부 심판’ 중 어느 걸 택하는지 여론조사를 보면 다 나온다”며 “이번 선거에서 끝까지 그런 슬로건을 가져가면 (열세인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전북 전주을에 출마한 재선 의원인 정운천 후보도 이날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정 운영의 난맥상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고집 센 검사 이미지가 남아 있는 모습으로는 더이상 안 된다”고 작심 비판했다.
앞서 경남 김해을에 출마한 조해진 후보도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시국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을 향해 “국민을 실망시킨 것, 분노하게 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면서 총선 국면에서 여당 후보 중 처음으로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를 지낸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서 “대선도 아닌데 들어온 지 며칠 됐다고 감히 우리가 만든 대통령의 당적 이탈을 요구하나?”라며 “근본 없이 흘러 다니다가 이 당에 들어와서 주인행세 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 우리가 만든 대통령을 탈당 요구하나”라고 함 후보를 직격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대통령 탓하며 선거하는 여당 후보 치고 당선되는 것 못 봤다”며 “지더라도 명분을 갖고 지자. 이미 윤석열 내세워 두 번 이겼지 않나. 역풍에 고개 숙여본들 사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재선 의원 출신의 이장우 대전시장도 SNS에서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 등에 칼 들이대는 못된 버릇 또 또…”라며 윤 대통령 사과를 요구한 조 후보와 정 후보, 유 전 의원, 그리고 대통령 탈당을 요구한, 함 후보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또한 이 시장은 “함운경은 들어온 지 얼마 됐다고 가벼운 입을 함부로 놀리나. 유승민 그만 나대지 마라. 자중해라”라며 “조해진, 함운경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현장을 뛰어라. 그게 답이다, 바보들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