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출국 논란‧정권심판론 재점화‧구설수 후보...고개 드는 악재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역구 공천 과정의 갈등을 상대적으로 잘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4·10 총선에 출마할 후보 등록을 채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고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로 호주로 출국하는 정권발 악재에다 조국혁신당의 급부상으로 윤석열 정권심판론이 재점화되는 등 각종 악재가 고개를 들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한 위원장이 민주당을 상대로 이념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강조해 보수층 결집에 성공했으나 중도층 확장에는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물론, 여기에다 이미 공천을 받은 지역구 후보들의 과거 문제적 언행들이 거듭 불거져 당 이미지를 추락시키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에 지명도 높은 외부 인사를 공천했으나 지역에 녹아들지 못해 당 지지율 만큼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문제도 불안 요소로 꼽히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이 대사의 호주 출국을 정부가 조직적으로 출국금지를 풀어주고 해외 도피를 도왔다는 ‘도피성 출국’으로 몰아세우면서 ‘이종섭 특검법’을 제출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조국혁신당은 지난 11일 이 대사 임명과 출국금지 해제의 책임을 물어 윤석열 대통령과 외교부·법무부 장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이를 ‘런종섭’이라고 명명하며 비판하는 등 다른 야당들도 이 대사 이슈에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 대사 이슈가 커질수록 ‘윤석열 대 반윤석열’ 전선이 선명해지고, ‘윤·한 갈등’ 이후 애써 억제해 온 정권 심판 프레임이 되살아나 총선에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말 비대위원장 취임 후 여권의 미래 주자로서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를 만들고, 민주당을 ‘운동권 특권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윤 대통령에 실망한 보수층을 여당으로 결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4‧10총선 공천에서 ‘사천’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해 당 지지율도 끌어올렸다.
그러나 총선이 임박함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때리기’와 ‘종북 청산’ 등 이념적 구호에 머물면서 중도층 확대에 제약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취임 효과가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박덕흠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은 지난달 27일 지역구 소방공무원 등과 함께 ‘축 당선’이라고 적힌 케이크를 놓고 사실상 당선 축하파티를 벌인 데 이어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무료 마술쇼를 제공한 혐의로 충북선관위에서 고발을 당하는 등 총선 출마자들의 언행 문제가 불거지는 것도 리스크다.
뿐만 아니라 박성민 의원(울산 중)이 지난 1월 의정보고회 당시 “(지난해 대통령 미국 국빈방문에) 내가 사양했는데 (대통령이) 몇번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갔다” 등 윤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한 발언이 담긴 녹취록도 공개됐으며,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은 지난 3일 이토 히로부미를 “인재”라고 언급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일 총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나경원·안철수 후보 등 수도권 유력 인사들을 넣은 것은 중도층 확대로 모드를 전환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여의도 소식에 정통한 한 정치학자는 14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콘크리트 지지층은 최소 35%, 범야권 지지층은 최대 5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반 이재명’이나 ‘운동권 청산’ 등의 구호 만으론 한계가 있다”면서 “따라서 20% 전후인 중도‧무당층을 잡기 위한 선거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