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4.02.21 11:43:33
더불어민주당이 ‘현역 평가 하위 20%’ 명단을 해당 의원들에게 개별 통보하면서 이 명단에 친문(친문재인)계와 비명(비이재명)계가 다수 포함됐다는 이야기가 돌아 비주류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내분이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등 공천 문제를 둘러싼 계파 갈등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와 당 지도부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지난 19일부터 하위 20%에 속한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접촉해 평가 결과를 통보하고 있으나 명단에 총 31명이 포함된 것으로만 알려졌을 뿐 당은 구체적으로 누가 명단에 속했는지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하지만, 비명계 의원의 이름이 대거 포함된,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명단을 비롯해 개별 통보를 받았다고 밝힌 비주류 의원들의 공개 반발이 이어지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등 민주당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이 하위 20%에 속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밝히며 탈당을 선언했으며, 대표적인 비명계로 알려진 박용진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정활동 평가에서 10%에 포함됐다고 통보받았다”고 공개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위 10% 이하 의원에게는 경선 득표의 30%를 감산하게 돼 있어 지역구인 서울 강북갑에서 친명(친이재명)계인 정봉주 당 교육연수원장 등과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박 의원으로서는 공천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지만 “당에 남아 승리하겠다. 힘을 가진 한 사람에게만 충성하고 그를 지키겠다는 정치는 반드시 실패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친낙계(친이낙연계)로 알려진 윤영찬 의원도 20일 오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하위 10%에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이번 총선의 목표가 윤석열 정권 심판인가, 아니면 이재명 대표 사당화의 완성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윤 의원을 비롯해 홍영표·전해철 의원 등 친문계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면서 현재까지의 공천 국면을 두고 사실상 ‘비명 학살’이라는 거칠게 비난하는 언사까지 나오는 등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기 광주을에서 출마를 준비하다가 이 대표로부터 불출마를 종용받았다고 주장한 전형적인 친노(친노무현) 인사로 분류되고 있는 문학진 전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공천을 두고 당내 비선 조직이 움직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공천 전반에 불신이 퍼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주말 인천 부평갑에서 준비 중인 현역 홍영표 의원을 제외한 예비후보 경쟁력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홍 의원은 SNS에 “원칙대로 공천과 경선이 진행돼야 한다”고 반발했으며, 동작을이 지역구인 이수진 의원도 “당이 추미애 전 장관, 이언주 전 의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 법조 출신 여성 3인을 각각 용산과 중·성동갑, 동작을에 전략공천 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이 대표와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을 향해 “더 이상 공천에 능력도 신뢰도 없으니까 2선으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또한 당 일각에서는 비명계가 통합비례정당 추진 경과를 공유하기 위해 21일에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지도부를 향해 2선 후퇴 등을 요구하며 집단으로 반기를 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등 논란이 확산되자 이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는 국회에서 비공개로 모여 향후 대응 방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20일 국회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현역 의원 하위 20%’ 명단 통보 후 반발이 잇따르는 것에 대해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진통이라고 생각해달라”면서 “훌륭한 인물들로 공천관리위원회가 잘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우리 당은 국민의힘과 다르게 이미 1년 전에 정해진 시스템, 특별당규, 당헌에 따라 공천은 공정하게 진행된다”며 “평가 결과에 대해 모두가 만족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본인은 동의하지 못하는 평가에 대해 당연히 불평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대표는 “국민들께서는 새로운 정치를 바라시고 공천 과정에서 변화를 바라신다. 혁신이라는 게 언어, 의미가 가지는 것처럼 정말 가죽을 벗기는 고통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하위 20% 명단에 비명(비이재명)계가 대거 포함됐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저는 그 명단이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제가 아끼는 분들도 많이 포함된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지만, 공관위에서 공정하게 잘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전날 SNS에 올린 글에서 ‘하위 평가 20%’ 통보에 반발하며 탈당을 선언한 김 부의장을 향해 “제가 참 존경하는 분이다. 제 개인이 주관적으로 점수를 드렸다면 부의장님은 분명 좋은 평가였을 것”이라면서도 “선출직 평가에서 사감이나 친소관계가 작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적은 바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