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이태원참사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앞서 역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넘어온 속칭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 도입 법안)과 맞물리면서 이들 법안의 재표결을 둘러싼 정쟁은 더욱 증폭되는 가운데 국회 본회의 재표결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표결 시점은 여당인 국민의힘은 총선 전에 이 문제를 빨리 털고 가기를 원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이슈를 최대한 총선 앞까지 끌고 갈 것으로 예상되는 여야의 4·10 총선 셈범과 맞닿아 있어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쌍특검법 재표결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태원참사특별법까지 함께 본회의 안건 협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현재 가장 가까운 본회의는 1월 임시국회 회기 중인 다음 달 1일에 잡혀 있고, 그다음 본회의는 2월 국회 마지막 날인 다음 달 29일로 예정돼 있다.
이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들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되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부결에 나설 경우, 이 법안들은 최종 폐기될 수 밖에 없다.
다만 본회의에서 이들 법안을 재표결에 부치려면 여야가 안건 합의를 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으로서는 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을 설득하거나 민주당과 본회의 의사 일정 합의를 해야 한다. 이에 국민의힘 윤재옥‧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찬을 함께 하며 협상에 나섰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태원참사특별법과 관련해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이태원참사특별법은 ‘독소조항’이 포함됐다”며 “법안 내용의 위헌 소지로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상당 부분 반영했음에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추가 협상에 선을 긋는 등 팽팽한 기 싸움을 벌였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31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이태원참사특별법이 김진표 국회의장이 중재해 여야 협상이 90% 가까이 이뤄진 안과는 훨씬 동떨어진 내용이라 재협상을 제안했다”며 “민주당이 재협상에 응해서 공정성이 담보되고 독소 조항이 제거되면 여야 간에 합의 처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원내 한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태원참사특별법안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를 통해 마련됐던 수정안을 정부가 거부했기 때문에 국민의힘과의 재협상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며 “특히 김 의장의 중재안을 상당 부분 반영했음에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더 이상의 추가 협상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처럼 여야가 쌍특검법 재표결 시점을 두고 더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총선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내달 1일 본회의에서 당장 재표결해야 한다고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민주당은 쌍특검법 재표결 시점을 2월 국회로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이 재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으로서는 재표결 시기를 최대한 늦춤으로써 ‘정권 심판론’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지만 여기에는 국민의힘 공천 탈락자 등이 나올 수 있는 2월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치면 여당 이탈표를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의장이 지난 28일 TV 프로에 출연해 쌍특검법 재표결 시점에 대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으리라 본다. 이르면 2월 1일 본회의 때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어 김 의장이 중재에 나설지 여부도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의장실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의장께서 반드시 2월 1일에 쌍특검법 재표결을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한다는 뜻으로 얘기를 한 것”이라며 “추가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