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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에이(A)~ 했던 아이(I)의 성장이 놀랍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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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4.01.19 09:23:17

CES 홈페이지 갈무리

감격은 착시를 일으킨다. 커다란 기쁨이 밀려오는 순간, 변하는 세상의 밝기처럼.

아이가 처음 옹알이하듯 말문을 열었을 때 사위(四圍)가 환해지는 경험을 했다. 자꾸만 듣고 싶어 무시로 말을 걸었다. 어떤 대답이든 상관은 없었다. 옳고 그름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쫑알대는 모습에 눈과 귀를 기울였다. 매번 찰떡같이 알아듣지 못하면 어떠랴. 그래도 열에 서너 번은 이해하는 걸.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된 아이는 그렇게 크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줄 알았다. 아이의 성장 속도는 짧았고 가진 능력이 금세 드러났다. 번번이 내놓는 뻔하고 한정된 답변에 급기야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이윽고 찾는 일이 뜸해졌고, 존재감 없이 앉아있는 아이를 볼 때마다 아이의 성(姓)을 읊조리게만 됐다. 에이~.

AI(인공지능) 대중화의 신호탄인 ‘AI 스피커’가 처음 등장했을 땐 분명 신세계였다. 날씨를 알려주고 TV를 끄거나 켜주기도 했으며 끝말잇기를 같이 하며 무료함도 달래줬다. 모든 건 소파에 누워서 말만 하면 됐다. 다 들어줬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라고 자주 대꾸해도 질문이 잘 못 됐을 거라며 관대하게 넘어갔다. 짐짓 신기했다. 그러나 인간의 기대치는 가파르게 치솟았고 생경함은 금세 식었다. 이후 ‘AI 기능 탑재’란 수식어를 단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이 꾸준히 나왔지만 커져버린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신세계의 문이 빼꼼 열리다 만 듯했다.

올해는 그 문이 활짝 열릴지도 모르겠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의 화두는 ‘AI’였다. AI 기반 혁신 기술과 관련 제품이 쏟아졌다. 그중 먼저 눈이 간 곳은 똑똑한 AI 로봇들이었다. 집사이자 친구이며 때로는 경비원이 되는 일인다역의 존재들이다. 약 먹을 시간이나 결혼기념일을 상기해주고, 돌아다니며 가전들을 제어하는 것은 물론, 주인이 집을 비우면 대신 반려동물을 돌본다.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당장 스마트폰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심지어 주인의 표정을 보고 기분 전환하러 산책을 하라고 권하기도 하니, 이것은 반려자인지 반려로봇인지 모를 일이다.

AI가 집결한 집은 인간을 관찰하고 맞춰준다. 심박수, 호흡수 등에 기초해 건강 상태를 파악한 뒤 집안의 온도와 습도를 자동 조절한다. 어느 날 새 식구인 반려동물이 들어오면 그에 맞게 가전제품 모드도 바꾼다.

집요하게 들여다 본 결과다. CES 2024에서 스마트홈을 선보인 LG전자의 조주완 CEO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집, 모빌리티, 상업공간 등에서 약 7억 개의 LG 제품이 사용되고 있으며, 여기엔 AI 지원 지능형센서가 탑재돼 고객들의 신체적·정서적 생활패턴을 학습하고 분석하는 데 최적”이라며 “다면적인 데이터를 통해 가치 있는 생활지식과 고객에 대한 통찰력을 학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분명 이로워 보이나 AI가 하도 인간 가까이에 스며들어 있다 보니 걱정되는 게 있다. 나를 그토록 잘 아는 존재가 등을 돌린다면? 영혼까지 털릴지 모를 일이다. AI는 주지하다시피 사용자의 패턴을 학습·분석하는 데 기초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번 CES에서 ‘보안’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CES 2024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AI 시대에 사용자의 보안이 항상 최우선 과제“라며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파트너와 함께 취약점을 연구하고 위협에 선제 대응해 프라이버시에 대한 새로운 표준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주완 LG전자 CEO는 CES 2024 개막을 앞두고 열린 ‘LG 월드 프리미어’에서 “자체 데이터 보안시스템인 ‘LG 쉴드(LG Shield)’를 고객 데이터의 수집·저장·활용 등 전 과정에 적용함으로써 모든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할 것”이라며 “우리는 AI가 내린 결정과 행동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할지, 어떻게 하면 AI가 편견과 차별 없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작동되며 사용자가 의도한 행동을 안전하게 실행할지, AI에 활용되는 데이터를 보호하는 방법과 이에 대한 접근을 어떻게 통제할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불안과, 그럼에도 드는 기대감. 진화하는 기술을 향한 경탄과 보안을 향한 우려가 양립하는 AI를 어떻게 봐야할까. 에이(A)~ 했던 아이(I)의 성장이 반가운 만큼 일진월보한 지능이 두렵기도 하다.

(CNB뉴스=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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