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총선을 불과 90여일 앞둔 11일 민주당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이른바 ‘이낙연 신당’의 성공 여부에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이전 대표의 운명은 이른바 빅텐트의 구심점이 돼 총선 판을 흔들어 거대 양당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제3지대 세력화’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낙연 신당’이 제3지대의 구심점이 돼 이른바 ‘빅텐트’ 구축에 성공할 경우, 거대 여야 정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 간에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수도권 선거에서는 적잖은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물론, 각종 여론조사에서 추정하고 있는 대략 20∼30%에 달하는 부동층 표심을 흡수하며 총선판 자체를 흔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 전 대표는 이날 탈당 기자회견에서 가칭 ‘개혁신당’(가칭) 창당을 준비 중인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물론,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새로운선택 금태섭 대표 등 이미 ‘양당 정치 탈피’를 기치로 제3지대로 나와있는 정치 세력들과 적극적으로 연대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낙연 신당’의 첫 단추는 비명(비이재명)계 탈당파 3인방인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신당과는 선거 연대를 넘어 합당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손을 잡는 일이다.
이와 관련 비교적 여의도 정치권 소식에 정통한 한 정치학 교수는 12일 CNB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어제 탈당 기자회견에서 ‘우선 민주당에서 혁신을 위해 노력하셨던 동지들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이는 이 전 대표가 개별 신당으로는 이번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낼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에 따라 먼저 ‘비명 탈당파’를 묶어 신당을 만들고 난 뒤, ‘개혁신당’ 등 제3지대 정치 세력이 한 지붕 아래 모이는 ‘빅텐트’ 정당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과 연대할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협력할 용의가 있고, 협력해야 한다”고 긍정적으로 답변했으며, 특히 이 위원장 외에도 새로운선택 금태섭 대표 등 ‘‘제3지대 빅텐트론’의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는 정치인들과 가치 지향이 달라 난항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에는 “공통점을 찾아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지난 1997년 대선 당시) DJP(김대중·김종필) 연합보다 훨씬 더 거리가 가깝다”며 “김 전 대통령은 보수 지도자와 연립정부를 꾸렸는데, 제가 제3지대에서 만날 사람은 김 전 대통령이 만난 그분들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다”라고도 주장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앞서 낭독한 탈당 기자회견문에서 “이재명 대표의 빠른 쾌유와 당무 복귀를 기원한다”고 말한 뒤 “지난 2021년 당 대표 시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당 소속 공직자의 잘못으로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을 바꿔 후보를 공천한 것은 물론, 그에 앞서 지난 2020년 총선에서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당 지도부의 위성정당 허용 결정에 동의한 잘못도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사죄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겠다”며 “‘마음의 집’이었던 민주당을 떠나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면서 “그럼에도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구현할 만한 젊은 국회의원이 잇달아 출마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수박’으로 모멸 받고 공격 받았다”고 탈당의 당위성을 언급했다.
또한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검찰공화국’을 거의 완성했고, 민주당은 스스로의 사법 리스크로 ‘검찰폭주’를 제어하지 못한다”면서 “여야는 ‘검찰독재’와 ‘방탄’ 수렁에서 헤매는 적대적 공생관계로 국가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무능하고 부패한 거대 양당이 진영의 사활을 걸고, 극한투쟁을 계속하는 현재의 양당 독점 정치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온전하게 지속될 수 없다”며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전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날 탈당을 선언한 김종민을 비롯해 신정현 전 경기도의회 의원, 천병준 부산 동래구의회 의원 등 청년 정치인과 이종호 사회복지사가 동석했다.
(CN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