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오기자 | 2024.01.09 14:15:51
한국무역협회(KITA, 회장 구자열)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9일 발간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대응을 위한 기업의 생산성 제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생산성의 역설’을 경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성의 역설’은 우리나라의 기술 혁신 관련 지표는 지속 개선되고 있으나, 생산성 증가율은 점차 둔화하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한국 글로벌 혁신 역량은 지난 2013년 세계 18위에서 2022년 세계 6위로 성장했지만, 생산성 증가율은 같은 기간 2.4%에서 –0.2%까지 하락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는 우리나라 생산성 증가율 둔화의 배경으로 ①기업의 저조한 디지털 전환 수준 ②대-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 심화, ③ 제조업-서비스업 간 생산성 격차 심화, ④경직된 노동 시장을 지목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우선 디지털 전환 확산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실증 분석 결과, 디지털 전환 수준이 높은 기업일수록 수출 금액은 높게 나타나 디지털 전환 확산이 기업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우리 기업들도 디지털 전환이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했으나, 디지털 전환 수준을 높이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가 수출 기업 515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88%는 디지털 전환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실제 기업의 디지털 전환 수준은 초·중기에 머무르고 있다는 답변이 88.7%를 차지했다.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 추진과 관련해 정보·기술력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이외에도 기술 혁신이 실제 산업에 적용돼 생산성 증대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하는 것도 원인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혁신 기반 조성 ▲디지털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한 지원 강화 ▲시차를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확산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한, 보고서는 우리나라 대기업-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며 디지털 기술이 확산될 경우 소규모 기업일수록 기술을 수용하기 위한 역량이 부족해 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더욱 심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기업-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의 기업 지원 사업 효율화,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제조-서비스업 간 생산성 격차는 제조업 중심 국가인 독일‧일본에 비해 높게 나타나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서비스업 수출 장려 및 대외 개방을 통한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통한 서비스 산업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직된 노동 시장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유연한 노동 시장 조성을 위해 ▲근로 시간에 대한 획일적 규제 개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노사 관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량 확보를 위해 ▲겸업 확대를 통한 일하는 방식의 변화 유도가 중요하다고 지목했다.
한국무역협회 정만기 부회장은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미래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 시장 유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당초 입법 취지와는 달리 비정규직을 오히려 양산하는 기간제법과 같은 경직적인 노동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량 확보를 위해 사내외 부업‧겸업을 활성화하는 등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바, 우리나라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발간된 ‘생산가능인구 감소 대응을 위한 기업의 생산성 제고 방안’ 보고서는 총 4편으로 구성된 ‘기업의 생산인구 확보 종합 대책’의 두 번째 시리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산연구원은 지난 3일 ‘기업의 생산인구 확보 종합 대책’의 첫 번째 시리즈인 ‘기업 내 친(親)출산·양육 정책 제언’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CNB뉴스=황수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