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대표적 ‘친문’(친문재인) 검사로 평가받고 있던 이성윤(62·사법연수원 23기) 전 서울고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공직선거법상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출마 시한인 11일을 사흘 남긴 8일 사의를 밝혀 사실상 오는 4월 총선에 출마 의사를 시사했다.
전북 고창 출신으로 1994년 임관한 이 전 고검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지난 정부에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서울고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한직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다.
이 전 고검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사직서를 제출하였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제는 직을 내려놓기로 했다”면서 “민생이 파탄에 이르렀음에도 사람을 살리는 활인검(活人劍)이 아닌 살인도(殺人刀) 칼춤이나 추고있는 윤석열 정권에게 묻는다. 국민의 삶은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전 고검장은 “혈세 578억을 써대고서는 (해외)순방이 곧 민생이라 주장하고, 정의와 공정의 화신인 양 온갖 레토릭을 쏟아내더니, 김건희(여사)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기만 하는 윤석열 사단에게 다시 묻겠다. 정치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면서 “국민들은 더 이상 (윤석열)사이비(정권)에게 운명을 맡길 생각이 없다. 주권자인 국민이 느끼는 모욕감과 분노도 극에 달하고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그리고 이 전 고검장은 “저는 김건희 특검의 소명을 받게 된다면 결코 피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드린 바 있습니다만, 뻔뻔하게도 윤석열은 국민 70%가 찬성하는 특검법을 거부했다. 그래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자 하는 노력을 멈출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이 전 고검장은 “멀리서는 비슷해 보이는 풀꽃들도 다가가 자세히 보면 모양과 색깔이 다르듯, 검사도 다 같은 검사가 아닐 것”이라면서 “권력에 대한 욕심으로 조직을 이용하고 또 팔아먹은 자들을 용납할 수 없다. 국민 편에 서서 소임을 다하고 있는 말없는 검사들을 욕보인 자들을 용서할 수 없다”고 적었다.
한편 법무부는 이 전 고검장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무마’ 의혹으로 기소됐기 때문에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해당 사건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오는 25일 2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서울중앙지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 전 고검장이 지난 2020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에 대한 ‘찍어내기 감찰’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이에 국가공무원법상 형사사건으로 기소됐거나 비위로 수사·감사를 받는 공무원의 퇴직은 허용되지 않지만, 대법원의 ‘황운하 판례’에서 “공직선거법상 기한 내에 사직원을 제출했다면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후보자 등록을 할 수 있다”고 돼 있어 법무부로서는 이 전 고검장의 총선 출마를 막을 뾰족한 수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현직 검사 신분을 유지한 채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
21대 총선 당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당시 치안감)이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마해 당선됐을 때, 대법원은 “공무원이 선거법에서 정한 기한 내에 사직서를 제출하면 사표 수리 여부와 무관하게 공무원직을 그만둔 것으로, 보고 출마할 수 있다”고 판결한 판례가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