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그동안 예고해온 탈당 시한인 오늘 오후 3시 결국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당초 탈당 기자회견 장소로 국회를 잡아놓았으나 전날 오후 자신의 지역구인 노원구상계동의 한 갈빗집으로 변경했다.
국회의원 등 정당인이 국회 소통관이 아닌 음식점에서 거취 문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이례적으로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세 차례 낙선한 바 있는 이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초 노원구의 한 주택을 매입해 입주했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표의 한 측근 인사는 27일 CNB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오늘 기자회견에서 탈당을 선언하고, 내년 1월 초‧중순 창당 절차 마무리를 목표로 신당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상하는 얘기를 할 것”이라며 “이 전 대표는 애초 회견 장소를 국회 소통관으로 잡아놓았으나, 자신의 탈당이 정치적 의미가 크다 보니 의미 있는 곳에서 하자는 취지에서 노원구에 있으면서 당원들과 자주 소통했던 곳인 상계동 갈빗집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이른바 ‘갈빗집 탈당회견’에서 최근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 설립에 필요한 창당발기인 2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내년 1월 초·중순까지 창당을 마무리하겠다는 신당 창당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지만 현재까지 이 전 대표 신당에 합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의사를 밝힌 국민의힘 의원들이나 거물급 정치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인사는 “일단 오늘 회견에서는 이 전 대표만 탈당을 선언할 예정이며, 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은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탈당을 거부한 김용태 전 최고위원을 제외한 ‘천아인’ 세 사람은 신당에 함께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각자가 정치인으로서 본인의 거취에 대해 늦지 않은 시일 내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이 전 대표 측근 그룹은 김 전 최고위원을 포함해 ‘천아용인’으로 불렸으나, 김 전 최고위원은 최근 “당에 남겠다”며 선을 그은 바 있고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밝힐 수 있을 때 밝히겠다”고 했고, 허은아 의원도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며, 이기인 경기도의원도 아직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은 채 말을 아끼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이처럼 탈당 선언을 결심하게 된 데는 전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탈당을 예고한 이 전 대표를 만류하기 위해 연락을 취하거나 따로 만날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지금 단계에서 특정한 분을 전제로 해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과 결국 갈라설 수밖에 없으리라는 관측과 함께 사실상 탈당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에 친윤계 한 고위 당직자는 통화에서 “그동안 이준석 전 대표가 당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말을 너무 많이 한 것은 물론, 자신이 탈당 할 수밖에 없도록 날짜까지 특정한 것은 전략적인 실수”라면서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대위’를 띄우면서 이 전 대표의 탈당 명분이나 신당 창당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져 이 전 대표가 탈당하더라도 국민의힘에 유리할 일도 없지만 불리한 상황도 그렇게 커 보이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다른 중도성향의 한 재선 의원도 통화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뉴스 관심도가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한동훈 비대위’ 구성 이후 당내에서 이 전 대표를 잡아야 한다는 기류도 없어 결국은 이 전 대표가 자충수를 둔 듯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총선이 임박한 시점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한동훈 비대위’가 다시 이 전 대표 쪽에 손을 내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당장은 한 비대위원장과 이 전 대표가 만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