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3.12.21 12:28:27
차기 대권 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수도권 대중교통정책을 두고 경기도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기후동행카드’에 승선하지 않고, 독자적인 ‘더(The)경기패스’를 내놓기로 하면서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 1월 6만 5000원 교통카드 하나로 서울 시내 지하철과 시내버스, 마을버스, 따릉이(공공자전거)까지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대중교통 이용권인 ‘기후동행카드’를 선보인다. 먼 거리를 이동하거나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할수록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조다.
6만 5000원은 성인 기준 지하철 평균요금(1600원) 구간을 40번 가량 탈 수 있는 액수로 먼 거리를 이동하거나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할수록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조로서 서울시는 “매월 23일 출퇴근하면 연간 최소 10만 원 절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기도는 ‘더경기패스’가 서울시보다 늦게 출발하는 만큼, ‘기후동행카드’에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은 있으나 장점이 알려지면 승산은 충분하다는 자신감을 갖고, 이르면 내년 5~7월쯤 출시해 맞설 예정이다.
‘더경기패스’는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에서 추진하는 케이(K)패스 사업을 기반으로 한 경기도형 알뜰교통카드로서 청년(19~39세)은 매달 사용액의 30%를, 저소득층은 53%를 환급받으며, 광역버스와 신분당선, 내년 3월 개통 예정인 GTX(광역급행철도) 등 전국의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어 신분당선 등에서 쓸 수 없는 ‘기후동행카드’보다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 시장은 같은 국민의힘 소속인 유정복 인천시장과 김병수 김포시장을 ‘기후동행카드’ 파트너로 끌어들여 초반 승기를 잡았다. 유 시장과 서울 편입 논의 촉발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 지사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이 찬물을 끼얹은 김 시장이 ‘기후동행카드’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전 분위기는 다소 오 시장에게 유리한 흐름이다.
이에 경기도는 김포시가 ‘기후동행카드’에 참여하자 지난 13일 시·군 공무원들을 불러 회의를 열어 구리와 하남, 광명 등 다른 시·군도 서울 편입 논의와 맞물려 ‘기후동행카드’에 동참하면 ‘더경기패스’가 ‘반쪽짜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기후동행카드’에 참여하면 (광역버스를 그 대상에 포함하더라도) 운송손실금 등은 보조할 수 없다”고 김포시에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경기도는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도내 시·군과 개별 협의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깊은 유감을 표한다. 도민의 교통 편익을 위한 정책이 소속 정당의 정치적 목적으로 인해 변질되면 안 된다”고 서울시에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면서 “어떤 정책의 혜택이 많은지는 이용자가 판단할 것”이라고 ‘더경기패스’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다.
이와 관련 여의도 소식에 정통한 정치권의 한 인사는 21일 CNB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여야 거대정당 소속이지만 극단으로 치우친 정쟁이 아닌 순수한 정책 대결을 하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면서 “따라서 두 ‘거목’들의 수도권 민심을 흔들기 위한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해진다”고 말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