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3.12.01 12:17:41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당 지도부에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김기현 대표는 인 위원장의 요구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단칼에 일축하는 등 양측의 파열음이 커지면서 국민의힘 전체가 격랑에 빠질 조짐이다.
인 위원장은 당 지도부와 친윤 핵심의원들이 불출마와 험지 출마를 모두 거부하자 이들을 총선 공천에서 직접 배제하려는 목적으로 지난 달 30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A4용지 세 장 분량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인 위원장은 입장문에서 “혁신위의 제안을 공관위로 넘기겠다는 일반적 답변으로 일관해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면서 “혁신위에 전권을 주신다고 공언하셨던 (김 대표의) 말씀이 허언이 아니라면 저를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해주길 바란다”고 ‘셀프 추천’ 초강수를 던졌다.
이어 인 위원장은 “저 자신부터 먼저 희생하겠다. 이번 총선에서 서대문 지역구를 비롯한 일체의 선출직 출마를 포기하겠다”면서 “다음 주 월요일(4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못 박았다.
이 같은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 요구는 공관위원장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후보 공천 심사를 관장해 권한이 막강해 용퇴 당사자로 거론된 지도부나 의원들이 불출마 내지는 험지 출마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공관위원장 자격으로 직접 이들의 거취를 정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앞서 혁신위는 이날 오전 “혁신 조치의 진정성 담보를 위해 당 지도부, 중진,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부터 총선 불출마 및 험지 출마 등 희생의 자세를 보여주기를 요구한다”는 혁신안을 공식적으로 의결해, 인 위원장의 ‘개인 권고’를 혁신안으로 격상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그러나 공천과정의 조연에 그쳐야 할 혁신위가 주연을 자처한 것은 과도한 욕심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은 가운데, 김 대표는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인 위원장의 요구를 답변 시한도 기다리지 않고 단칼에 거절했다.
김 대표는 인 위원장이 입장문을 발표한 지 불과 20분만에 기자들과 만나 “국회 상황이 매우 엄중한데 공관위원장 자리를 가지고 논란을 벌이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일축하면서 “그간 혁신위 활동이 인요한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활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거절했다.
그리고 김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도 ‘기가 막힌다’ ‘인 위원장이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남이 추대하면 몰라도 본인이 먼저 나서면서 자리를 탐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진의를 읽어야 한다는 반론도 나왔다. 이와 관련, 한 당내 인사는 1일 CNB뉴스아의 전화통화에서 “인 위원장의 목적은 지도부, 친윤 핵심의 용퇴를 관철시키는 것이지, 공관위원장 자리가 탐나서 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선출직 출마도 포기한 만큼 자리 욕심 프레임으로 몰아붙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혁신위도 다시 입장문을 내고 “혁신위의 (지도부 등의 희생) 요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을 요청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한 발 물러섰으나, 당 관계자는 ”대통령실 조직을 개편하는 등 본격적인 혁신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당내 난맥상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만간 윤 대통령이 교통정리에 나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