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세불리기 속도…‘연락망’ 4만명 돌파
국힘, ‘한동훈’ 비장의 카드…2가지 시나리오
총선서 격돌하겠지만 대선 때는 연합할 수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12월 결단’을 예고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대대적인 세불리기에 돌입한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로의 쏠림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민주당 내 비명계(비(非)이재명계), 양향자·금태섭 등 야권 신당세력과의 ‘슈퍼 빅텐트론’을 펴며 이준석 열풍 진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비장의 카드로 한동훈 법무부장관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 여권의 운명은 ‘이준석 대 한동훈’의 빅매치 결과에 달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 이준석 돌풍 본격화…노회찬 아젠다까지
오는 12월 27일 창당을 예고한 이준석 전 대표는 유튜브·온라인 정당을 표방하며 2030세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지난 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엑스(X)세대와 엠제트(MZ)세대 정치고수가 만나 정치 혁신과 미래 비전을 논하다’라는 주제로 이언주 전 의원과 토크콘서트를 연데 이어, 20일에는 MBC 라디오에 나와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 전 대표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계획 철회, 해병대 사망사건 특검 도입, 윤석열 대통령과 이태원 유족 간 만남을 자신의 당 잔류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는 모두 대통령실이 수용하기 힘든 사안들로 사실상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21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이 아무 것도 없다. 윤 대통령에게 모욕을 주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의 이런 행동을 두고 신당 창당의 명분쌓기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전 대표는 각종 방송프로그램과 SNS를 통해 신당의 비전을 설파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홍범도 논란 등 해묵은 이념논쟁은 더 이상 보수의 지향점이 될 수 없다”며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6411번 버스’를 예로 들며 민생 속으로 들어가자고 주장했다.
‘6411번 버스’는 노회찬 의원이 2012년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외친 민생론이다. 새벽부터 이 버스에 오르는 청소아주머니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전 대표가 ‘진보의 상징’이 된 노회찬의 이념을 신당에서 실현하자고 한 것은, 그만큼 보수의 아젠다를 넓히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 전 대표의 이런 도전은 MZ세대와 중도층은 물론 일부 진보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8일 자신의 신당 창당 소식 등을 신속하게 접할 수 있는 ‘연락망’ 참여자를 모집했는데, 불과 3일 만에 4만명을 넘어섰다. 이 전 대표 측은 창당 전까지 10만명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데일리안-여론조사공정㈜이 지난 13∼14일 전국 남녀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준석 신당 창당 시 내년 4월 총선에서 이준석 신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가 16.2%에 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2.3%.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슈퍼 빅텐트’ 지휘자는 한동훈?
이에 맞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슈퍼 빅텐트’론을 꺼내 들며 진화에 나섰다.
김기현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에서 내년 총선과 관련해 “나라의 발전적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분과 함께 슈퍼 빅텐트를 치겠다”고 말했다. 이는 수도권 위기론, 이준석 신당 등 총선을 앞두고 발생한 악재들을 조기에 수습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김 대표가 언급한 ‘슈퍼 빅텐트’는 금태섭 전 의원,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비명계 이상민 민주당 의원 등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5선 중진인 이 의원은 20일 SBS 라디오에서 탈당 후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에 대해 “제가 가서 정치적 꿈을 펼칠 곳으로 적합하다면, 또 저를 반긴다면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력한 히든카드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범보수 진영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고 있으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자릿수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한 장관의 총선 역할론이 여러 방향에서 제기되고 있다. CNB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 장관은 민주당에서도 선명성이 강한 정청래(서울 마포을) 의원이나 안민석(경기 오산)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해 전체 판의 분위기를 바꾸는 방안, 비례대표 순번에 배치해 선거대책본부장 같은 직책을 맡아 나머지 총선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도우며 전국 선거를 지휘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 총선 땐 합종연횡…이후 연대 가능성
이에 대해 이준석 전 대표는 “한 장관의 행보는 정치권에 있어서 새로운 움직임을 불러온다고 하면 나쁘게 평가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처럼 내년 총선이 ‘이준석 대 한동훈’ 구도로 짜여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 일각에서는 총선 이후 여권이 완전히 갈라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수도권 한 중진의원은 21일 CNB뉴스에 “어쩌다가 집권당이 한동훈, 이준석 두 사람만 쳐다보게 되었는지 모르겠다”며 “총선은 대선과 달리 어느 한쪽으로 승패가 갈리는 게 아닌 만큼, 총선 이후까지도 상당한 진통과 후유증이 예상된다. 다만 한동훈·이준석 모두 개혁 보수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대선 정국에 들어가서는 연합전선이 구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CNB뉴스=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