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3.11.17 12:49:23
내년 4월에 치러질 제22대 총선이 불과 5개월이 남지 않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 등 비명(비이재명)계 핵심 의원 4명이 ‘원칙과 상식’이라는 별도 모임을 결성하고 사실상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당 비주류들인 이들은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민주당의 정풍운동을 지향한다. 당의 무너진 원칙과 국민이 요구하는 상식의 정치를 세우겠다”고 ‘원칙과 상식’ 출범을 선언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독자 행보’에 나선 것으로, 향후 공천 등의 과정에서 이들을 중심으로 일부 비명계의 탈당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에게서 떠난 민심이 민주당으로 모아지지 않아 내년 총선도 ‘비호감 총선’으로 기게 되면 윤석열 정권 심판은 실패하게 돼 민주당의 변화와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당 지도부에 “▲도덕성 회복 ▲당내 민주주의 회복 ▲비전 정치 회복 등 3개 방안을 12월 내로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이들은 “이재명 대표 개인의 사법리스크 방어에 당을 동원하는 방탄 정당을 이제 그만해야 한다”며 “돈 봉투 사건, 코인 사건 등 당의 도덕성을 훼손한 사건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따라 조사하고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강성 팬덤 정치와 과감하게 결별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면서 “‘친명 감별사’들이 벌이는 ‘친명 당선, 비명 낙선’ 운동은 민주당을 박근혜 정권 때의 ‘진박 감별당’ 수준으로 추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민주당은 이재명의 당도, 강성 지지층의 당도 아니다. 친명 일색의 지도부, 강성 지지층, 외부 유튜브 언론 등이 지배하는 획일적·전체주의적 목소리로는 국민의 민주당으로 갈 수 없다”면서 ‘비전 정치 회복’과 관련해서는 “아무리 잘 싸워 권력을 잡고, 200석을 얻고, 재선·3선을 해도 민생을 못 살리면 실패한 정치다. 민생과 미래를 위한 비전을 내놓고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비명계 의원들은 방송이나 개인 SNS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혀 왔으나 이제는 이 모임을 통해 하나의 방향을 정하고 목소리를 낼 계획이며, 특히 ‘민주당의 길’ 등 기존의 비명계 모임의 목적이 학습·토론이었다면 ‘원칙과 상식’은 실제 행동까지 염두에 둔 정치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한 비명계 의원은 17일 CNB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어제 기자회견은 4명의 비명계 의원으로 출발했지만, 다른 비명계 의원들과 당내 청년·고문단 등이 합류해 세력이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우리 네 명의 의원들과 뜻을 같이 하는 40~50명의원들이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향후 참여자로는 친문(친문재인)계 홍영표·전해철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당초 이 모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던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국민의힘 입당이나 ‘이준석 신당’ 등 제3지대 신당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나만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하며 불참했다.
이어 이 의원은 “그동안 여러 의원들을 만나 확인한 결과 생각하는 뜻이 같고 고민의 폭이 거의 비슷하다는 걸 느꼈다”며 “그런 분들 많이 계시기에 좀 더 시간을 갖고 (모임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 의원은 “탈당에 대해 4명의 의원들이 이야기해 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민주당의 혁신을 빨리할 수 있도록 채찍질과 강한 경고를 하는 운동을 실천에 옮길 것이지만 당이 변화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어떤 결단을 내릴지 모른다”고 탈당 가능성의 여지를 남겼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공천을 받기 위해 모임을 만든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어이가 없다”며 “공천을 생각한다면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총선 승리하자’고 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이같은 비명계 의원들의 비명계의 우려처럼 ‘공천 학살’이 현실화된다면 탈당 러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내부 단속에 나섰다.
이에 민주당 한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아직 어떤 의원도 탈당 얘기를 안하고 있다”고 탈당 논란을 일축하면서 “물론, 당 지도부로서는 탈당 사태까지 가지 않도록 내부 의견을 조율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오는 22일 4선 의원들과의 오찬 회동을 시작으로 당 소속 의원들과 잇달아 식사 자리를 갖는 배경 역시 이러한 비명계의 집단 탈당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