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3.11.06 10:56:49
내년 4월에 치러질 제22대 총선을 불과 5개월 앞두고 국민의힘이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주장하는 ‘메가시티 서울’ 논란 이슈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의 총선 수도권 표심을 겨냥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도, 편입 대상 지역의 여론을 의식하는 등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기자회견까지 자처했지만, ‘서울시 김포구’ 논란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는 등 신중한 자세를 취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비판 메시지를 연신 내고 있는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직접 가진 ‘민생경제’ 기자회견에서 ‘김포-서울 편입’' 논란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국가적 과제를 아무 생각 없이 툭 던졌다가 저항이 만만치 않으면 슬그머니 모른 척하는 방식의 국정운영은 문제다”라고 정부 여당을 에둘러서 비판하면서 “그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구체적인 말을 아꼈다.
그러나 홍익표 원내대표는 “현실성 없는 행정구역 개편보다는 실질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5호선 연장 문제를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고, 지난 20대 국회 당시 김포갑 지역구 의원이었던 김두관 의원도 통화에서 “행정구역 개편은 대한민국 전체 구역과 국가 경쟁력을 염두에 두고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만 일부 수도권 시민들의 욕망을 이용해 선거에서 이득을 보겠다는 총선용 전략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으며, 민주당 내 최대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 역시 이들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 한 고위 관계자는 6일 CNB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민의힘에서 수도권 표심을 잡기 위해 흔드는 판에 당 대표가 직접 반박에 나설 경우 ‘현실성 떨어지는 포퓰리즘성 정책’을 오히려 키워줄 수 있어 동조할 필요가 없다”며 “자칫하면 이슈를 선점한 국민의힘에 민주당 대표가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한 중도성향의 한 민주당 의원도 통화에서 “당대표가 김포 편입에 반대하고 나설 경우 진지하게 찬반 논의로 흘러갈 수 있어 대표는 침묵 전략으로 나가고 개별 의원 수준에서 대응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주당 수도권 한 중진 의원도 “이 대표는 ‘김포-서울’ 편입 논란이 총선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면서 “상당한 찬성 여론으로도 추진이 어려운 게 행정 개편 문제인데, ‘김포-서울’ 편입의 경우 서울을 비롯한 경기 외곽, 영남, 충청 등에서 조직적으로 반대에 나설 가능성이 커 여론상으로도 사실상 편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민주당으로서는 총선을 앞두고 특정 지역의 감정을 자극할 필요가 없는 것을 물론 각 지역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려 당 대표가 메시지를 통합하는 것도 쉽지 않은 형국인 상황에서 이 대표는 당분간 말을 아끼는 대신 원내지도부와 개별 의원들이 지금처럼 각개전투 형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전국 단위 행정개편’과 ‘서울 5호선 연장 추진’ 카드로 맞서겠다는 방침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포시 편입 논란이 블랙홀처럼 다른 민생 이슈를 집어삼키고, 잇달아 국민의힘이 공매도 금지 정책을 띄우며 이슈를 선점하자 민주당이 끌려다니는 모양새라는 분석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이러한 위기감이 펴지자 김포를 지역구로 둔 김주영(김포갑)·박상혁(김포을) 의원은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포를 위한 모든 길이 열려 있지만 중요한 것은 교통”이라며 “서울 쓰레기만 처리하는 ‘무늬만 서울’은 절대 안 된다”고 ‘서울시 김포구’ 반대 의견을 밝혔다.
또한 친명계 김두관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전략이 뭔지 모르겠다. 왜 수도권 시민조차 반대하는 ‘서울 확장론’에도 침묵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국민의힘이 서울 확장을 하자고 나오면 ‘분권론’과 ‘균형론’으로 맞서야 하는데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의힘의 ‘서울 확장론’에 도우미를 자처하는 꼴”이라고 질타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