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지사 발언 하나가 불씨가 돼
‘새 팩트’ 없는 재탕삼탕식 망신주기
올해도 정책 실종 국감…정쟁만 난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여부가 이번 국회 국정감사 핫이슈로 부상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공익제보자를 공개하며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재탕삼탕식 우려먹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이번 논란에 불을 붙인 인사는 다름아닌 친(親)이재명계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다.
김 지사는 지난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의 경기도 대상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취임 이후 이재명 법인카드에 대해 자체 감사를 한 적이 있냐’고 묻자, “자체 감사 결과 최소 61건에서 최대 100건까지 사적 사용이 의심돼 업무상 횡령·배임으로 경찰에 수사의뢰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감사는 제가 취임하기 전 이미 다 이뤄졌다”고도 밝혔다. 도지사가 공석일 때 감사가 진행됐고 자신이 취임 전 이미 수사가 진행 중이었다고 답한 것이다.
이는 마치 이재명 대표 또는 그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를 유용한 정황을 밝힌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경기도 전 총무과 별정직 5급 배모씨를 언급한 것이다.
경기도는 배씨가 경기도청에 근무한 2018년 7월부터 2021년 9월까지 법인카드 사용 내역 전체를 확보해 경찰에 제출했고, 이에 따라 수사가 진행됐고 재판이 시작됐다. 배씨는 작년 8월 1심에서 횡령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사법당국은 재판에서 김씨와의 공모 혐의를 적시하지 못했다. 김씨에 대한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19일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법인카드 관련해서는 129번의 영업장을 다 압수수색을 했다. 그런 상태에서 이거를 꺼내는 것은 전형적인 망신주기 언론플레이”라고 주장했다.
박 최고위원은 “그동안 수사를 안했겠나? 벌써 대선 지나고 지금 2년 가까이 돼가고 있는데 경찰과 검찰이 이 부분을 샅샅이 뒤졌어도 하나도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의혹을) 소환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경기도 또한 18일 해명자료를 통해 “김 지사의 발언은 작년 4월 취임 전에 끝난 감사 결과를 말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반면 과거 이 사건을 공익신고한 제보자는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며 이 대표와 김씨를 비판했다.
공익신고자로 알려진 조명현 씨는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무엇이 두려워 국감 참고인으로 나가는 것을 기필코 뒤엎어 무산시키는 것이냐”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조씨는 19일로 예정된 정무위 국정감사에 출석하려 했으나 민주당의 반발로 무산됐다.
조씨는 “이재명 대표와 부인 김혜경 씨가 해온 일은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절대 있어서도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다. 혈세를 죄책감 없이 사적으로 유용하고 공무원을 하인처럼 부린 분이 국민 고충을 헤아리며 어루만져 주고 민생을 생각하는 정치인이라 할 수 있냐”고 주장했다.
정치평론가들은 새로운 사실이 나온 게 아니라는 점에서 냉랭한 분위기다.
여의도 정가를 분석해온 한 정치학과 교수는 익명을 전제로 이번 사안을 ‘여권의 국면전환용’이라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19일 CNB뉴스에 “검찰의 이재명 관련한 (각종 혐의에 대한) 수백번의 압수수색, 무리한 기소와 영장청구가 계속되었음에도 결국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연이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힘이 민주당에 참패하자 법인카드 문제를 다시 꺼내든 것 같다”며 “국감은 국정조사나 특검과 달리 명예살인 의미를 지닌 일종의 정치적 행위인 만큼, 망신주기 이상의 의미는 찾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윽박지르기, 망신주기, 일단 터트리고 보기 등이 횡행하는 ‘한국판 국감’의 연장선상일 뿐이라는 얘기다.
(CNB뉴스=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