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더불어민주당 진교훈·국민의힘 김태우·정의당 권수정·진보당 권혜인·녹색당 김유리·우리공화당 이명호·자유통일당 고영일(이상 기호순) 등 7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강서구는 전국 226개 기초 지방자치단체 중 하나지만, 이번 보궐선거는 내년 4월 치러질 총선을 불과 6개월여 앞두고 치러지면서, 선거 결과가 수도권 민심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풍향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초 지자체장 선거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와 민주당 이재명 지도부가 맞대결하는 첫 선거이기도 해 결과에 따라 각 당 지도부 리더십이 영향을 받거나 당 쇄신론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지만 이 지역이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는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내년 총선의 바로미터로 읽을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했으나 대선 승리 직후인 점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실제로 강서구는 갑·을·병 지역구 모두 현역 국회의원이 민주당 소속이고 지난 대선에서도 윤석열 대통령(46.97%)보다 이재명 후보(49.17%)에게 더 많은 표를 줬다.
따라서 민주당은 현역 의원 3명이 모두 자리 잡고 있는 ‘텃밭’ 강서 선거에서 반드시 큰 격차로 이겨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민의힘으로서도 내년 총선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포기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17일 경선으로 이번 보선 원인 제공자이기도 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후보로 세웠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이던 김 후보는 2018년 말 특감반 관련 의혹을 폭로했다가 공무상 비밀 누설죄로 지난 5월 형이 확정돼 구청장직을 상실했고, 광복절에 특별사면·복권됐다.
국민의힘은 ‘조국 사태’ 신호탄을 쏜 공익신고자 김 후보가 김명수 사법부의 편향된 판결에 억울하게 희생당했다고 판단,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김 후보가 당선돼야 정부·여당의 전폭적 지원 속에 지역 숙원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이뤄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정쟁이 아닌 민생 안정을 위해선 업무 연속성이 있고, 짧은 기간 성과도 낸 김 후보가 적임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선대위 상임고문에 권영세·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명예 공동선대위원장에 충청 출신 5선 정우택·정진석 의원, 공동선대위원장에 강서 지역 민심에 밝은 김성태·구상찬 전 의원을 위촉해 총력전에 나섰다.
윤석열 정권을 향해 ‘검찰 독재’라고 날을 세워온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2주가량 이른 지난달 4일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을 후보로 전략 공천해 검찰 수사관 출신인 국민의힘 김 후보에 대응해 경찰 출신 후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민주당은 경찰대 졸업 후 경찰청 정보국장, 전라북도경찰청장 등을 거쳐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경찰청 차장을 지낸 진 후보의 확장성과 도덕성을 앞세워 ‘판결문에 잉크도 안 마른 범죄자’ 김 후보를 누르겠다는 포석이다.
또한 민주당은 정권 실정과 폭주를 심판하기 위해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면서 ‘정권 심판론’도 강조하고 있다.
진 후보 선대위는 민주당 강서 지역구 의원인 한정애·진성준·강선우 의원과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영호 의원이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민주당은 당력을 총동원해 이번 선거를 내년 총선의 전초전 성격으로 키우려 하고 있다. 이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은 만큼 이 효과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