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윤석열 정부 비판하며 적극 정치행보
朴, 전통시장서 공개행보...메시지도 내놔
MB, 재임시절 성과인 4대강· 청계천 방문
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치열한 전초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박근혜, 이명박 전직 대통령들이 공개 행보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은 4일 10·4 남북공동선언 16주년을 맞아 자신의 SNS를 통해 “다시 평화로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대립이 격화하는 국제 질서 속에 한반도의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는데, 그 끝이 보이지 않고 대화의 노력조차 없어 걱정이 크다”고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책방을 열고 본인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에도 출연하는가 하면 민주당의 정치적 고비 때마다 등장해 혼란을 잠재우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병상 단식 중이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찾아 위로하고 단식 중단을 권했으며, 30일에는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의 취임을 축하하면서 “어려운 시기 원내대표 역할이 중요한 만큼 당을 잘 추스르고 단합된 힘으로 내년 총선 승리의 기틀을 마련해 국민께 희망을 드리기 바란다”는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로 심화한 당내 갈등을 해소하고 단합을 도모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8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 시기 불가피했던 소련과의 협력을 이유로 독립전쟁의 위업을 폄훼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남루하고 편협한 나라로 떨어지는 일”이라며 “흉상 철거는 역사를 왜곡하고 국군과 육사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가석방 이후 일체 외부와의 접촉을 삼가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둔 지난 달 25일 측근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 대구 달성군 사저 인근 현풍시장을 찾아 어묵, 연근, 고구마 줄기, 호박잎 등을 직접 현금을 주고 구매하며 상인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는 등 본격적인 공개행보에 나섰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자신의 사저를 방문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만나 “총선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으며,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탄핵과 관련해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해서 맡겨 주신 직분을 끝까지 해내지 못하고 많은 실망과 걱정을 드렸던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에 북핵에 대한 대응 방식이라든가, 동맹국들과의 불협화음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나라 안보를 비롯해 여러 가지로 걱정이 됐다”고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도 내놓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특별사면된 이후 지난 5월 청계광장에서 열린 ‘청계천 걷기 행사’에 자신의 재임 당시 정부 인사 등과 함께 참석하고, 8월에는 친이(친이명박)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 회원들과 오찬을 가졌다.
지난달 12일에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최한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섰으며, 이달 말에는 재임 시절 조성한 4대강 보를 방문할 예정이다. 12월에는 서울에서 서예전을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꾸준히 공개 행보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전직 대통령들의 행보를 두고 본인들은 내년 총선에 직접 개입할 의향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치권 얘기는 다르다.
한 정치평론가는 5일 CNB뉴스에 “내년 총선은 여야의 싸움이 아니라 ‘윤석열 vs 이재명’, ‘윤석열 vs 문재인’ 싸움이기 때문에 문 전 대통령 메시지가 정치적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