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배달합니다”…타사와 ‘합종연횡’
IT‧가전·신선식품… 배달 분야 빠르게 확장
원조 혁신기업답게 맞춤형 이커머스로 진화
[내예기]는 ‘내일을 예비하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시계제로에 놓인 경제상황에서 차근히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을 다룹니다. 그 진행 과정을 만나보시죠. 이번에는 배달 상품군과 채널을 늘리면서 ‘합종연횡’ 전략을 펼치고 있는 유통·물류 혁신플랫폼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이야기입니다. <편집자주>
배달의민족(배민)이 본인들의 정체성인 ‘배달’에 집중하고 있다. 음식 배달뿐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모든 상품을 배달하면서 ‘퀵 커머스(즉시배송)’ 사업에 제대로 뛰어들었다. 라이브 방송과 웹툰 등 외연 확장에 신경 쓰기보다 본인들이 가장 잘하는 것에 열중하는 모양새다.
배민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서비스는 ‘배민스토어’와 ‘B마트(비마트)’.
배민스토어는 편의점, 디지털기기, 뷰티, 패션, 건강식품, 반려동물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주문 즉시 당일 배달받을 수 있는 배달 커머스다. 평균 배달 시간은 30여 분에서 2시간가량, 배달비는 3000~6000원 수준으로 택배비와 비슷한 비용을 들여 빠르게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비마트는 배민이 직접 배달거점을 마련하고 직매입한 식재료·생활용품 등을 이용자에게 배달하는 서비스다. 역시 평균 배달시간은 30여분, 배달비는 3000원 수준이다.
전자기기도 치킨처럼 배달…삼성·애플 라인업
배민은 배민스토어의 성장을 위해 굵직한 브랜드와 손잡았다.
눈에 띄는 브랜드는 단연 IT‧디지털 업체 ‘삼성스토어(삼성 디지털프라자)’와 애플의 ‘프리스비’다. 지난 6월부터 해당 브랜드들이 입점하면서 IT‧디지털 가전 기기도 치킨처럼 배송해주는 서비스가 오픈됐다.
배민 디지털 스토어에 입점한 삼성스토어 매장은 76곳 가량으로 모두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위치한다. 고객이 배민 앱에서 주문하면 지정한 배달 위치 기준으로 3㎞ 이내 삼성스토어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배달 기사에게 전달하고, 1시간 이내 고객에게 배송한다.
프리스비는 애플 전문 매장으로 서울, 경기 등 수도권과 대전, 부산, 광주 등 지방 주요 도시까지 전국에 2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애플 제품을 중심으로 모바일 주변기기와 스마트폰 케이스 같은 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외에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로지텍, 전자랜드, 보스, 젠하이저 등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비마트에서는 콘솔 게임기나 게임팩 등을 판매하기도 한다. 닌텐도 스위치 기기와 최신게임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등을 출시와 동시에 입점시켜 품절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다수의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비마트에서 구입해 10분 만에 받았다는 글들이 올라오며,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었다.
CJ·홈플러스와 연대…신선식품군 대폭 강화
배민은 CJ 및 홈플러스와 손을 맞잡으며, 배민의 취약점으로 평가받던 신선식품 제품군까지 강화했다.
지난 11일 CJ제일제당은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배달커머스 전용 상품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파트너십에 따라 CJ제일제당은 비마트 내 전용관을 신설하고, 햇반·스팸 등 주요 인기제품을 판매한다. 또한, 최근 배민에서 새롭게 선보인 ‘대용량 특가’ 입점을 통해 주력 상품군인 소스, 오일, 양념류를 선보여 배민에 입점한 소상공인 대상 비투비(B2B·기업 간 거래) 제품군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배달커머스 서비스 특성을 고려한 냉장·냉동식품 등으로 상품 라인업을 늘릴 계획이다.
지난달 29일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배민스토어에 입점했다.
홈플러스가 배민에 입점하면서 달걀, 고기류 같은 신선식품 등 상품을 빠르게 받아볼 수 있게 됐다. 배민스토어와 비마트에서 신선식품군의 품목이 다소 부족하고 비교적 저렴하지 않다는 이유로 구입을 망설이던 소비자들이 많았는데, 이들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홈플러스는 고객이 직접 매장에 방문하지 않고도 상품을 빠르게 배달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을 확보한 만큼 양사 모두에게 ‘윈윈(Win-Win)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이를 통해 젊은 연령층 고객을 확보하고 고객 경험과 접점을 다각화해 퀵커머스 사업을 더욱 견고히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배민 관계자는 CNB뉴스에 “다양한 가게가 입점하면서 소비자들이 음식뿐 아니라 물건을 살 때도 배민을 통해 빠르고 편리하게 배달받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배민은 맞춤형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1위 배달 앱 기반으로 영토확장 ‘가속’
배민이 다양한 브랜드와 손잡고 상품군을 늘리는 등 ‘합종연횡’ 전략을 펼친 이유는 음식 배달 시장의 축소 때문이다. 앤데믹 이후 소비자들이 점차 이탈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에 퀵커머스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민의 올 1~7월 평균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1952만명으로, 지난해 동기(2037만명)보다 4.2% 감소했다. 이를 막기 위해 할인 프로모션에 돌입하면서 이용자 이탈률이 소폭 줄어들긴 했지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배민은 2019년부터 B마트를 출시하는 등 커머스 사업에 관심을 보여 왔다”며 “음식 배달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배달 경쟁력을 앞세워 커머스 쪽으로 확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업계에서는 배민이 쿠팡에 맞서기 위해 ‘반(反) 쿠팡 연대’에 합류하고 퀵커머스 사업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CJ제일제당이 납품 수수료 문제로 쿠팡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컬리, 신세계와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나섰는데, 배민도 CJ 측과 손을 잡은 만큼 반 쿠팡 연대의 전선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CNB뉴스=김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