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석 의원에게 1심에서 검찰은 벌금 500만원 구형했으나 법원에서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한 판사를 향해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판사 출신인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13일 논평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가 지난 10일 정 의원에 검찰 구형인 벌금 500만원 보다 높은 징역 6개월을 선고한 것을 두고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한 판결”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어 전 원내대변인은 “박 판사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쓴 것으로 보이는 글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한 한나라당을 향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고 싶으면 불법 자금으로 국회의원을 해 먹은 대다수의 의원들이 먼저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다’는 등 한나라당에 대한 적개심과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 원내대변인은 “(정 의원에 대한 실형 판결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판사로서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로서, 또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정치적 견해를 그대로 쏟아낸 판결”이라며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로서 중립적인 판결을 내리기 어려웠다면, 박 판사 스스로 재판을 회피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전 원내대변인은 “박 판사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며 “박 판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 유시민 전 노무현 재단 이사장 등 야권 인사들을 팔로우하고, 박 판사를 역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팔로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 원내대변인은 “일상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것이 판사의 역할이고, 이를 통해 사법부의 신뢰를 쌓을 수 있다”며 “정치적 성향을 배제한, 상급심의 균형 잡힌 판단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법원은 “재판장의 정치적 성향을 거론하며 판결과 재판장에 대해 과도한 비난이 제기되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서울중앙지법 13일 입장문을 통해 이 같이 유감을 표명하면서 “판결 분석과 비판적 평가는 귀담아들어야 함은 당연하다”면서도 “이를 넘어서 재판장에 대해 판결 내용과 무관하게 과도한 비난을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원은 “일부 언론에서 거론하는 게시글의 작성 시기 등을 고려하면 일부 내용만을 토대로 법관의 사회적 인식이나 가치관에 대해 평가할 수 없다”며 “일부 활동만으로 법관의 정치적 성향을 단정 짓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원은 “이를 근거로 법관의 정치적 성향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이는 모든 법관에게 부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헌법이 보장하는 사법권의 독립이나 재판절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해당 판사가 판결 직전 ‘한국법조인대관’의 등재 정보를 삭제했다는 의혹 제기도 사실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개별 판결을 둘러싼 논란에 법원 차원에서 직접 입장을 밝히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법관 개인을 향한 공격 수위가 과도해져 사법부 독립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CNB뉴스=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