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역임한 정통파 관료
‘준법’ 강화로 리스크 사전 차단
활발한 대외소통…‘非은행’ 확장
지난달 24일 취임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과감한 혁신 행보를 펼치고 있다. 금융위원장 등을 역임한 관료 출신으로 우리은행 민영화에도 일익을 담당했던 임 신임회장은 취임 직후 금융당국과의 소통을 늘리며 원활한 관계를 형성하는 한편, 비은행 계열사들을 잇따라 방문하며 비은행 역량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CNB뉴스=정의식 기자)
임 회장은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우리금융 본사 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조직에 부족하거나 잘못된 관행이 있는 분야는 과감한 혁신을 지속하겠다”며 ‘새로운 기업문화 정립’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밝히는 한편,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겠다”며 미래 성장 추진력을 강화하겠다는 양방향 경영계획을 공개했다.
우리금융이 새롭게 나아갈 방향으로는 ▲신뢰받는 우리금융 ▲빠르게 혁신하는 우리금융 ▲경쟁력 있는 우리금융 ▲국민들께 힘이 되는 우리금융 등 4가지 경영 키워드를 제시했다.
신임 임 회장은 어떤 인물이며, 지난 한달 간 어떤 행보를 보였을까? 아직은 판단을 내리기 이른 시점이지만, 임 회장이 전임자들과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연한 정무감각으로 보폭 넓혀
임 회장은 전임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나, 차기 회장 후보로 최종 라운드까지 경쟁했던 이원덕 우리은행장, 신현석 우리 아메리카 법인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등과 달리 우리금융 내부인사가 아니며, 은행권 출신도 아니다.
1959년생인 임 회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시 24회로 공직에 입문, 옛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장 등을 역임한 정통파 금융 관료다.
2013년 민간으로 자리를 옮겨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으며, 2015년엔 금융위원장으로 발탁돼 2017년까지 금융정책을 총괄 지휘했다. 이 시기 우리은행 민영화를 주도해 현재의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는데 기여했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초대 국무총리 물망에 오르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되기도 했으나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관료 경력 때문에 임 회장의 우리금융 회장 취임은 후보 시기부터 ‘관치금융’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우리금융 측은 향후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금융당국의 협조가 필수적이고, 이미 NH농협금융 회장으로서 금융권 관련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 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의 라임펀드 사태와 횡령사고 등 내부통제 문제를 개선하는 데도 외부 출신이 적임자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내부통제·비은행 강화에 집중
이같은 배경 때문인지 임 회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앞장선 일은 ‘준법 강화’였다.
취임 직후인 지난달 24일 임 회장은 전 그룹사 준법감시 실무자로 구성된 ‘그룹 내부통제 현장자문단’을 출범시켰다. ‘그룹 내부통제 현장자문단’은 준법감시, 자금세탁방지 부문의 뛰어난 역량을 가진 그룹사 실무자 22명으로 구성돼 현장점검 등 다양한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같은달 30일에는 연세대 법무대학원과 함께 내부통제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개설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은 실무 담당자를 위한 중요 금융법제에 대한 3개월 교육과 임원과 부서장을 대상으로 지배구조법 개정에 대한 특강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지난 7일에는 전 그룹사를 대상으로 IT내부통제 역량 강화를 위한 ‘IT내부통제 워크숍’을 개최했다. 전재화 우리금융지주 준법감시인을 비롯, 그룹사의 준법·IT부서 임직원 33명을 상대로 관련 법령과 IT내부통제 방향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임 회장은 ‘비은행 역량 강화’를 위한 현장 경영에도 열심이다. 지난 4일 우리벤처파트너스(舊다올인베스트먼트) 직원들을 만났다. 국내 벤처캐피탈 1세대 기업으로 지난달 23일 우리금융그룹에 신규 편입된 우리벤처파트너스 임직원들에게 임 회장은 “은행, PE(기업성장 중기기업)와의 협업으로 기업금융이 강점인 우리금융그룹 브랜드 가치 제고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같은 날 임 회장은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자산신탁, 우리금융저축은행도 방문했으며, 이어 10일엔 우리글로벌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우리PE자산운용, 우리에프아이에스, 우리펀드서비스를, 12일에는 우리카드, 우리에프앤아이, 우리신용정보, 우리종금, 우리경영연구소를 찾아 임직원들을 만났다.
당국과의 소통에도 ‘열심’
금융당국과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임 회장은 취임 이후 벌써 다섯 차례 이상 금융당국 수장들과 만났다. 취임 직후인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를 방문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을 만났으며, 이어 30일에는 우리은행 영등포 시니어플러스점 개설식에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을 초대해 환담했다. 다음날인 31일에는 ‘금융당국-5대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 참석해 두 사람을 재차 만났다.
4월 들어서도 임 회장은 우리은행 자체 행사와 금융정책간담회 등 다양한 자리에서 금융당국 수장들을 만나 소통 행보를 펼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비은행 사업의 핵심인 보험사와 증권사를 갖고 있지 않아 국내 4대 지주사 중 은행 부문 의존도가 가장 높다”며 “금융당국의 수장이었던 경력은 보험·증권사 인수합병을 비롯해 앞으로 우리금융이 추진할 여러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CNB뉴스=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