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주택시장 ‘미분양 공포’
‘3高 시대’ 돌파구는 오직 ‘해외’
탄소사업·물류 등 신사업도 기웃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빚어진 경기 침체로 2023년 새해에도 건설업계의 앞길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모두 상승하는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마저 막히며 ‘돈맥경화’까지 겹쳐 건설사들의 수익 저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힘겨운 시기를 이겨낼 묘책은 무엇일까? (CNB뉴스=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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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서도 건설업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주요 건설사들이 해외 수주 확대, 신사업 추진 등을 위기극복 방안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기고한 ‘2023년 종합건설업의 대응 전략’에 따르면, 지난해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및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서 시작된 국내 금리 상승과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부동산 PF 시장 경색 등으로 인해 건설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이른바 ‘3고(高) 시대’는 새해에도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최 연구위원에 따르면, 새해 건설업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원자재값 급등 및 공사 관련 비용 증가로 인한 건설업체의 부담 증가와 ▲금리 인상 및 부동산 PF 시장 금융규제 강화로 인한 건설업체 자금조달의 어려움 증가다.
여기에다 이미 6만 가구에 달하는 전국 미분양 물량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인 서울의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마저 완판에 실패하면서 지방·수도권 할 것 없이 미분양 공포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지난해 경남 2곳, 부산 3곳 등 5곳의 건설사가 부도 처리됐으며, 작년 하반기 종합건설사의 폐업 신고는 2020년 같은 기간(135건)보다 34% 늘어난 182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150건)와 비교해도 20% 이상 늘어난 수치다.
게다가 이런 어려움은 지방·중소건설사는 물론 수도권의 대형건설사들에게도 피부로 와닿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롯데건설, 태영건설 등이 우발채무 과다로 인한 부도설에 휘말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 롯데건설의 경우 최근 메리츠증권과 1조5000억원 규모의 공동펀드를 조성하면서 겨우 한고비 넘긴 상태다.
사우디 ‘네옴시티’가 구세주? 산유국서 ‘광맥’ 찾기
이처럼 꽁꽁 언 국내 건설 시장을 피해 주요 건설사들이 선택한 첫 번째 전략은 ‘해외 수주 비중 확대’다.
지난해 건설사 중 가장 많은 해외 수주를 기록한 곳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국내에서 8조6000억원, 해외에서 약 4조8759억원을 수주했다. 새해에도 삼성물산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을 비롯해 다양한 해외 수주를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6월 현대건설과 함께 네옴시티 프로젝트 중 장벽형 친환경 신도시 ‘더 라인’ 터널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삼성물산은 네옴시티와 관련해 더라인 이외에도 다양한 건설 및 플랜트 사업을 수주할 계획이다.
현대건설도 새해에 해외 수주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함께 수주한 네옴시티 ‘더라인’ 프로젝트 외에 사우디 아미랄 석유화학단지, 네옴시티 항만, 스파인 터널, 카타르 노스필드 가스전 후속 공사 등의 수주를 준비하고 있으며, 특히 네옴시티와 관련한 다양한 후속 공사들에 입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은 해외 건설시장 중 산유국과 함께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진 신흥국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이라크 ‘알포 신항만 프로젝트’로 약 5조1000억원의 대형 수주를 기록한 바 있다. 새해에는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한 산유국의 수주 확대를 기대하고 있으며, 모기업인 중흥과의 협업을 통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수주 확대도 추진 중이다.
친환경·원전·UAM… ”뭐든 하자”
한편, 해외 수주가 리스크에 비해 실익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설사들도 있다. 해외 수주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인프라 사업, 국가사업 등의 대형 프로젝트가 해당 국가의 정치적 환경에 흔들리거나 국제 경기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에 또다른 대안으로 추진되는 것이 ‘신사업’이다. 5G 통신, 드론, 로봇, 신재생에너지 등 건설 외의 수익모델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GS건설은 수처리, 모듈러(조립식) 주택, 폐배터리 재활용, 데이터센터 등 신사업에 집중하는 대표적인 건설사다. GS건설의 신사업 매출은 매년 꾸준히 늘어 올해는 1조원을 돌파할 기세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삼성물산 건설부문, DL이앤씨 등은 SMR(소형모듈원전)을 중심으로 원자력 산업 분야 본격 진출을 준비 중이다.
또, 현대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은 미래 모빌리티로 주목받는 ‘UAM’(도심항공교통)에 필수적인 버티포트(기체 이착륙장) 설계와 시공 등에 나서고 있다.
이외에 DL이앤씨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탄소자원화 사업, 온실가스배출권 거래, 고압가스 저장·운반 등을, HDC현대산업개발은 유통업, 도소매업, 물류단지개발업, 물류업, 물류창고업, 데이터센터업 등을, 코오롱글로벌은 건설기계·물류장비 판매업, 정비업, 부품사업 등을 각각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사업을 준비 중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CNB뉴스에 “국내 부동산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사우디 등 산유국의 인프라 투자가 늘어난 건 불행 중 다행이지만 국제 정치의 출렁임에 따라 프로젝트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건 심각한 리스크”라며 “신사업의 경우 건설업보다 마진율이 좋은 경우가 많아 건설사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CNB뉴스=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