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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기 못 채운 안상용 김포시 문화재단 前 대표..."눈보라 속에 핀 매화?"

취임 초부터 2년 내내 혹독한 시기를 겪은 안상용 대표, 그러나 그가 이룬 성과는 남다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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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진부기자 |  2022.12.31 14:17:11

김포문화재단 안상용 前 대표 (사진= 김진부 기자)

CNB뉴스는 지난 29일, 2년만에 김포문화재단을 떠난 안상용 대표와 인터뷰했다.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이유는 민선8기가 들어서면서 안 대표가 사임했기 때문이다. 아쉬운 부분이다.

안 대표는 2020년 9월 취임 후 2년 내내 그야말로 혹독한 시기를 겪었다. 코로나가 맹위를 떨칠 때인 데다 문화재단 이사 신분인 일부 지역 예술인들이 "(그동안 계속 받아왔던) 공모사업(예산 지원)에서 탈락시켰다."라며 기자회견을 하는 등 심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사 신분으로 '이해충돌'이 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이래도 되는 것인지 황당한 일이었지만 어쨌든 안 대표가 일하기 힘든 상황이 시작된 것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취임 후 벌어진 여러 사건들의 자세한 내용들은 김포문화재단 관련 CNB뉴스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가 이뤄낸 성과는 참으로 남다르다. 재단의 성과가 마치 눈보라 속에 핀 매화를 닮았다. 인터뷰를 통해 일부라도 그 성과들을 기록하려는 이유다. 다음은 김포문화재단 안상용 전 대표와 대화한 내용을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간단하게 정리한 것이다.

 

김포문화재단 안상용 前 대표(왼쪽)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진부 CNB뉴스 취재본부장 (사진= 김진부 기자)

 

1. 안 대표가 취임한 후 재단 내 변화가 많았다.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무슨 생각을 갖고 김포문화재단의 변화를 시작했나?

-첫 번째로 김포문화재단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고민했다. 직무계획에서 우선시 하는 것이 대표로서 세워야 할 사업목표와 그에 맞는 조직개편 그리고 마지막이 효율적 예산편성이다.

사업목표를 잡았으면 그 사업의 성과를 내기위한 조직 포지셔닝을 바꿔야하는 것이고 그 구성에 따라 예산이 편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표마다 경험을 통한 스타일과 성과가 달라지는 이유일 것이다.

두번째로 행정정비를 위해 채용기준 마련, 브라인드채용 도입, 희망 보직제도, 성과평가제도, 상향식 사업계획 수립, 전체 공유회의 상설화, 문턱 없는 보고체계, 야근 최소화, 회식 근절 등 기본적인 체질 개선에 주력했다. 기본적인 것이지만 이곳에서는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던 것들이어서 재단의 변화는 매우 힘겨운 과정이었다.

평소 즐겨 비교하는 말이 있다. "먼저 프로축구와 조기축구를 구분해야 한다. 예술경영이라는 전문적 분야를 친목 단체 같은 개념으로 볼 순 없지 않은가? 그러므로 전문가라면 프로축구단같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라는 말이다.

만약 재단을 조기축구팀 같이 만들려 했다면, 굳이 제가 김포문화재단에 임용돼야 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50만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변화해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일이며, 그 결과와 성과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2. 전국 최고의 기록을 세운 '온라인 사업'에 대해 말해달라. 코로나가 심각해 일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특별상'까지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첫째로 심각한 코로나 시기였지만,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었다. 그래서 전국 최초로 '온라인 콘텐츠팀'을 신설했다.

김포시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이 팀 신설이 중앙정책 보다도 앞선 추진이어서 지난 10월 '제1회 대한민국 문화재단 박람회'에서 전국 문화재단 연합회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역문화 우수 콘텐츠상 수상이 그것이다.

둘째로는 시민예술아카데미 유튜브 조회수가 6만 1389명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50만 김포시 인구를 감안했을 때, 김포시민들 중 약 12%가 넘는 시민들이 이 유튜브를 본 것으로, 대단한 기록이다. 이 기록은 전국 문화재단 단일콘텐츠 부분 최고 성과이자 김포시 역대 문화콘텐츠 조회 수 최고기록이다.

셋째로 김포문화재단에서 유명무실하던 회원 관리를 개선해 1년여 만에 SNS 회원 10000명을 돌파했다. 이를 통해 전국 문화재단 상위권 랭킹을 기록했고, 시민들에게 문화예술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 이런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해 준 김포문화재단 직원들께 감사한다.

3. 김포국제조각공원 사업예산이 김포시의회에서 100% 삭감된 경우도 기억이 난다. 예산이 많지 않았는데 공연과 전시 사업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다. 설명해달라.

-첫째, 전시사업으로는 프랑스 베르사유市와 MOU를 맺고 베르사유미술대학에서 '한불 현대목판화전-결의 만남'이라는 한국 프랑스 교류 전시를 개최했다. 프랑스 한국문화원과 김포문화재단에서도 연계해 전시했다. 이 전시는 베르사유 미술대학이 생긴 1795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어서 큰 화제가 됐다.

이후 베르사유市는 현지 베르사유시립미술관 2곳을 개방해 '한불판화전'을 더 확대해 추진하고자 하는 의견을 보내왔다. 그야말로 최고의 평가와 관심을 받았던 전시로 기억하고 있다. 적은 예산으로 이렇게 큰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과 프랑스에 계신 많은 분들의 도움이 컸다고 생각한다.

둘째, 김포에는 20여 년간 방치돼 온 김포국제조각공원이 있다.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 30여 점이 전시돼 있었지만 이러한 작품들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 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 재단 대표로 취임한 후 이 김포국제조각공원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당시 관련 예산이 시의회에서 100% 삭감되는 어려움도 겪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각 예술 분야 전시를 지역에 계신 유명한 조각가들와 협업을 통해 추진했다. 우선 서울국제조각페스타, 한국 조각협회와의 MOU 등 협력을 통해 '국제조각페스타 김포특별전'을 개최했다. 김포조각포럼도 개최하고 매년 국제조각페스타에 참가해 김포국제조각공원에 대한 홍보와 지역 신진작가를 등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공연사업으로는 양질의 공연을 위해 금난새. 양방언, 서혜경, 스티브 바라캇, 박혜미, 김대진, 안은미 등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을 초청해 김포시의 위상을 높였다. 당시 대외적으로도 많은 호평을 받았다.

4. 김포문화재단 대표로 취임하면서부터 지역에서 많은 공격의 대상이 됐다. 그 중 김포문화재단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비난이 있었다. 일부 직원들의 문제는 있을 수 있겠으나, 재단 전체가 방만하게 운영됐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 같다.

-제가 취임한 이후로 김포문화재단은 방만하다기보다는 전국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기관이었다. 일례로 가까운 지역 재단과 비교해보면 김포문화재단이 정원대비, 사업비 대비해서 사업 수량이 두 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타 지자체의 문화재단을 보면 평균 100명의 직원 기준으로 150억 예산에 인건비, 운영비를 제외하면 약 30억 정도의 사업을 소화해 낸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김포문화재단은 지난 약 1년 동안 55명의 인원으로 150억 사업비에 약 70억 이상의 사업을 소화해 냈다. 이는 소수의 직원이 악조건 속에 시민문화서비스를 충실히 수행했다는 증거다.

또한 지역 문화사업을 보면, 2017년 8건, 2018년 11건, 2019년 13건, 2020년 11건 정도의 사업이었지만, 2021년에는 51건으로 대폭 늘어났다. 지역문화, 생활문화, 시민문화, 축제 등의 다양성을 만들고 개선한 사업들이다. 코로나 시기이지만 김포 버스킹, 라베니체페스티벌, 예술복지서비스, 무지개다리사업, 문화모심기, 김포문화 방앗간, 문화마실 등 다양한 지역활성화사업을 대폭 확대했다. 참으로 많은 일을 해냈다.

지역 일부에서 '방만하다'는 등의 일방적 문제 제기로, 밤낮없이 노력했던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회의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재단 대표로서 안타까웠다. 이런 식으로 근거없이 평가하다 보면 지역문화예술을 끝없이 퇴보시키는 일이 될 우려가 있다.

5.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개관은 대단한 일이었다. 김포시가 이처럼 큰 행사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설명해달라.

-사실상 애기봉평화생태공원 개관은 공무원, 시의회 등 모든 관계자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우려했던 사안이었다. 단지 주차장이 없다는 이유로, 또는 진입로 문제로 대부분 부정적으로 몇 년간 중단돼 왔던 사업을 60여 대의 주차시설에 맞춰 시간제, 예약제 방안을 수립해 추진했고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

둘째로 개관식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당시 김포시로는 외교관급 방문이 최초라고 할 정도로 국제 행사급 외교 초청행사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스 주한 EU대사, 미하엘 라리펜슈툴 주한독일대사, 이라스비같츠 주한 라트비아대사, 이준규 한국외교협회장,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박석범 전 이라크대사, 이윤영 전 네덜란드 대사 등이 참석하고 외신기자 30여 명이 초청된 국제 규모의 행사였다.

그 결과 다수의 외국 언론에도 소개되었고, 애기봉이라는 좋은 콘텐츠를 알리고 국제외교관을 통해 김포시를 알리는 효과를 얻어냈다. 이 또한 많은 직원들이 함께 혼신의 힘을 기울여 한번도 안해본 사업을 추진한 의미있는 성과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후 지역 동향을 보면 최소한 김포시에서 이와 같은 행사가 다시 만들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이 잘되었든 잘못되었든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수정과 보완을 통해 확대하고 유지해 나가야 '대표 브랜드'가 형성된다. 일회성 행사로 끝난다면 끝없이 휘발성 행사에 그치고 말 것이다.

6. 안 대표와의 대화가 끝이 없을 것 같다. 이제 중요한 얘기를 해보자. 김포문화재단을 이미 떠났지만, 김포시와 문화재단 발전을 위한 안상용 대표의 의견과 제안을 꼭 듣고 싶다.

-일부는 문화재단이 '예술인을 위한 문화재단'이라고 착각한다. 김포문화재단은 김포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시민을 위한 문화재단'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즉 김포문화재단 문화사업의 관점은 김포시민에게 얼마의 예산으로 효율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시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공연이나 전시 사업을 우선순위로 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시민의 눈높이는 고품격의 공연과 전시 그리고 직접적으로 참여해 볼 수 있는 시민 문화예술 활동에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지역 예술인들과 같이 협업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시민을 위한 재단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민이 행복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만들어내고 자부심과 가치를 가져야 한다.

7.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결론적으로 대한민국 어디든 문화재단의 역할은 공정과 원칙에 맞게 운영돼야 하며 궁극적으로 높은 전문성을 가진 재단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업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평가도 이루어져야 하고 전문가 집단으로 고도화돼야 지역 문화예술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시때때로 국가 지원사업이나 정책사업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반 하에서 시민을 위한 지역 문화예술사업은 시민들의 문화향유를 위해 끊임없이 전개돼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시민의 세금을 온전하게 되돌려드릴 수 있는 최선의 길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동안의 감사했던 많은 분들께 일일이 인사도 드리지 못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아직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CNB뉴스에서 인터뷰 요청을 해서 거절하려고도 했지만,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또 지역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솔직하게 제언을 했다.

2년이라는 시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겠지만 그동안 김포문화재단에서 후회 없이 사업을 추진했다.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그동안 모든 경험에 감사하고 언제나 행복한 문화도시, 김포시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CNB뉴스= 경기 김포/ 김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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