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참여한 현대산업개발·대우·롯데·현대건설
미계약 많아지면 투자비 못건지고 ‘독박’ 쓸 수도
둔촌주공발 찬바람에 중소건설사들 ‘줄부도’ 위기
“좋은 시절 다 갔다” 새해 분양 계획 ‘보수적’으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주목받던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청약이 시장의 예상보다 낮은 청약 경쟁률을 보이면서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부동산 청약 열기가 급속도로 하락하면서 전국 각지에 미분양이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까지 막히면서 건설사들의 부도 가능성이 극도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CNB뉴스=정의식 기자)
부동산 경기 하락 국면에서는 ‘강남불패 신화’도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강남 재건축’ ‘대단지’ ‘1군 브랜드’ 등 흥행 필수 조건을 모두 갖춘 것으로 평가되던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청약이 시장의 기대에 심각하게 미달하는 성적으로 마무리된 것. 유례없는 청약 부진 사태에 건설업계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 1순위 당해·기타지역 청약은 3695가구 모집에 1만7378명이 신청해 평균 4.7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그나마 전용면적 29㎡A, 59㎡A·D·E, 84㎡A·B·F·G만 1순위에서 청약 접수를 종료할 수 있었고, 일부 주택형은 예비당첨자를 모집가구 수의 5배(500%)까지 모아야하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2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문제는 2순위 청약에서도 마감을 하지 못한 상태로 청약 접수가 종료된 건이 나왔다는 것.
1·2순위를 합한 평균 경쟁률은 5.45대 1로, 지난해 서울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164.1대 1)은 물론 올해 평균 경쟁률(26.4대 1)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다. 그간 ‘노른자 중의 노른자’로 여겨지며 최근까지도 ‘10만 청약설’이 나오던 둔촌주공 재건축 청약이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의 대세를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청약 경쟁률이 낮다는 건 계약 포기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며 “조합원과 시공사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은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미계약 물량이 30% 이상 발생할 경우 부동산 PF 차환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지방 청약시장 미분양 ‘봇물’
지방 아파트 분양시장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청약 경쟁은커녕 미분양이 쏟아지고 있는 것.
전남 함평군 ‘함평 엘리체 시그니처’는 지난 5일부터 이틀간 특별공급과 1순위 청약 신청을 받았지만 단 1건의 청약 신청도 접수되지 않았다. 광주 북구 ‘산이고운 신용파크’ 역시 227가구 1순위 청약에 71건만 접수돼 모든 주택형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전북 군산시의 '군산 신역세권 예다음'도 563가구에 대해 1순위 청약 신청을 받았지만, 접수 건수는 101건에 불과했다.
파주 운정신도시 ‘A2블록 호반써밋’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1031가구에 대한 청약을 2순위까지 진행했으나 269명만 청약을 해 전 주택형이 미달 상태로 청약 접수를 마쳤다. 충남내포신도시 ‘대광로제비앙’도 601가구를 모집했으나 263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4만7217가구다. 지난해 10월의 1만4075가구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었다. 가장 미분양 주택이 많은 지역은 대구다. 대구는 10월말 기준 미분양 주택이 1만803채에 달하는데, 이는 작년 10월의 1933가구에 비해 5배가 넘는 수치다. 이외에 경북 6369가구, 경기 5080가구, 경남 4176가구, 충남 2840가구, 전남 2797가구 순이다.
미분양이 쌓이면서 건설사들의 부도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종합건설업체로 등록된 건설사 중 5곳이 부도가 났다. 지난해 2곳이 부도났던 것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지역별로는 경남 2곳, 부산 3곳 등이다.
이 중 지난달 28일 부도처리된 동원건설산업은 경남지역 도급순위 18위인 종합건설업체로 지난해 매출액이 500억원에 달했지만, 대구에 지은 근린상가 등이 분양이 안되면서 시행사가 먼저 파산해 미수금 250억원이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했지만 김진태 강원지사 발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부동산 PF 대출이 막히면서 시작된 ‘돈맥경화’로 대출 이율이 천정부지로 올라갔고, 마침내 경남은행 어음 22억원을 만기까지 상환하지 못해 부도가 나기에 이르렀다.
부도 위기 피하려 눈물의 ‘분양 취소’
문제는 이같은 건설사 부도 사태가 내년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 1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23년 주택시장 전망과 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고금리와 집값 금락, PF 중단 등으로 인해 내년 상반기 중 건설업체 부도가 급증하고, 하반기부터는 제2금융권 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주산연은 “1997년 외환위기 때나 2008년 금융위기 때는 PF 조달 비율이 높지 않았다”며 “최근 금리가 급상승하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PF 조달 비율이 높은 현재 상황은 외환 위기나 금융위기 때보다도 리스크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에 건설사들은 ‘분양 중단’ 같은 ‘강수’를 동원해서라도 급한 불을 끄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희건설은 지난 7월부터 분양을 시작한 인천 미추홀구 ‘서희스타힐스 더 도화’의 분양을 최근 포기했다. 이 단지는 총 144가구를 모집했지만 44가구만 계약되며 100가구가 미분양되자 기존 수분양자 44가구에 배상금을 지불하고 계약 취소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10월 분양한 전남 광양 ‘더샵 광양라크포엠’도 계약자들에게 입주자 모집 취소 및 분양 연기 검토 중이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계약 취소를 진행 중이다.
내년 분양을 준비하는 건설사들은 일단 분양 계획을 보수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수요자들을 위해 중도금대출 이자 후불제, 경품 증정 등 적극적 마케팅 전략을 동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CNB뉴스에 “그간 부동산 경기 침체를 알리는 징후가 많았음에도 ‘둔촌주공’의 흥행 여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며 “강남불패 신화가 무너진 이상 내년 분양 계획은 보수적 추진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고 전망했다.
(CNB뉴스=정의식 기자)